15일 금통위 앞두고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시사"금리 많이 낮아지면 자본유출 가능성" 경계발언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워싱턴(미국)=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정부와 경제 시각차는 거의 없다"며 "소비 심리는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기업 심리는 아직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금리인하 필요성을 시사해온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연일 입장차 논란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 같은 발언이 나오며 오는 15일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한층 힘을 더하는 모습이다.이 총재는 10일(현지시간)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금리 인하를 반박했다하기 보다, 금리 인하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기재부와 한은이)경제 문제 등 기본적 시각 차이가 없는데 방점 찍는 게 다를 수 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이는 경기 회복을 위해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정부의 입장과 이 총재의 생각이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음을 뜻한다.단 이 총재는 "금리가 많이 낮아지면 자본유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며 과도한 인하에 대해서는 경계감을 표했다. 이 총재는 "부총리가 (금리 인하 시 자본유출 가능성이) 없다고 한 것도 '현재로서는, 한번 정도 내리면 괜찮은 데' 라는 걸 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며 현재 2.25%인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그는 "한 연구소에서 명목하한 금리를 1.75로 주장했지만, 어디까지 갈 수 있다고 했을 때 거기까지 너무 가까이 가는 건 좋지 않다"며 "너무 과감하게 경제정책을 하는 데서 피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은은 최근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 가계부채가 일년간 0.24%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5일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이 총재는 최근 3년간 한은의 연초 물가전망이 실적치와 1%포인트 이상 차이를 보인 것과 관련 "가장 뼈아픈 대목"이라며 "저성장, 경기뿐 아니라, 구조적 변화를 간과해서 물가를 전망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6년 새 물가 목표를 정하기 전까지 현재의 물가 목표를 수정하지는 않기로 했다.그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많은 나라가 (물가목표를 벗어나는)같은 상황"이라며 "물가 목표를 수정하기 위해서는 분석, 정부와 협의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남은 일년간 논쟁을 하기보다는 새 물가 목표에 대해 깊이 고민하겠다"고 설명했다.또한 이 총재는 금리 인상 시점을 선제적으로 안내해주는 제도인 '포워드 가이던스' 도입에 관해서는 "한국은 대외 충격의 영향 정도가 다른 나라보다 크기 때문에 전제조건이 수시로 바뀔 수 있고, 이 경우 혼선 있거나 통화정책 신뢰 문제가 생긴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서는 "몇달전만 해도 세월호 등 영향으로 과도한 심리위축이 문제였다"며 "소비동향, 서비스산업 등을 보면 소비심리는 어느정도 (회복)됐지만 투자쪽이 좀 더 필요하다. 기업심리는 회복됐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이 총재는 구조개혁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성장은)결국 소비와 투자에서 일어나야 한다"며 "금리도 완화적 스탠스를 취했다. 가로막는 요소를 없애기 위해 규제를 개선하고 노동시장도 유연하게 해주는 등 해줄 게 많다"고 언급했다.아울러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낮아지는 성장잠재력, 고령화 문제, 가계부채 등 외에 '부문 간 불균형'을 꼽으며 "기업 채무의 문제는 한계기업의 문제인데, 저성장 장기침체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이 총재는 최경환 부총리의 '척하면 척' 발언으로 최근 국감에서 한은 독립성 논란이 불거진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우회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이 총재는 "기재부와 중앙은행의 관계에 조금 미묘한 게 있다는 것을 (부총리가) 그전에는 알기 힘들었지만 이번 상황을 보고 좀 아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D.C.에서 최 부총리에게 먼저 와인회동을 제안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금은 아니다"라며 "때가 중요하다"고 답변했다.워싱턴(미국)=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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