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부부의 날…늦깎이 대학생 부부 3쌍 '우린 든든한 동료'

방송대서 영상·컴퓨터·중국어 전공하며 인생2막…'부부가 함께 미래 준비하며 행복 느껴'

늦깎이 대학생으로 함께 공부하고 있는 정증식·김영희씨, 권혁남·조문식씨, 박민우·정홍숙씨 부부(왼쪽부터).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21일 '부부의 날'을 앞두고 인생 2막을 여는 중년의 늦깎이 대학생 부부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부부의 날의 의미처럼 같은 학교에 입학해 서로의 든든한 동료이자 지지자가 돼 주고 있다.정증식(60)·김영희(56·여)씨 부부는 올해 초 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와 중어중문학과 3학년에 나란히 편입했다. 각각 '영화감독'과 '중국어 마스터'라는 꿈을 품은 중년 부부는 늦깎이 열공의 비결로 "부부가 함께여서"라고 입을 모았다.지난해 한 대기업에서 은퇴한 정씨는 딸이 미술대에 다니던 것을 계기로 '예술을 해보고 싶다'는 갈망에 이 학교 미디어영상학과에 진학했다.정씨는 20일 "'문학의 이해' '영상제작입문' '뉴미디어' 등 7개 과목을 듣는데 평소 하고 싶던 공부를 하니 정말 재미있다"며 즐거워했다. 그는 최근 청각장애인도 문자메시지로 소통할 수 있다는 내용의 5분짜리 단편 영상물 '미디어와 나'를 만들어 과제로 제출, 담당 교수로부터 칭찬까지 받았다.그는 "주말에는 아내와 같이 방송대 컴퓨터실에서 온종일 공부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며 "학업이라는 끈 덕분에 아내와 공유하는 시간이 늘어 자연스레 대화도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씨는 "부부가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행복"이라며 "각자의 꿈을 품고 원하는 공부에 빠지게 되니 삶에 활기가 생기고,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져 몸도 마음도 건강해졌다"고 전했다. 정씨는 영국, 미국, 이탈리아에서 자신이 직접 수집한 자료로 예술 영화를 만드는 게 꿈이다.이들 외에도 이 학교에는 박민우(57)·정홍숙(55·여), 권혁남(47)·조문식(43·여)씨 부부가 학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박민우씨 부부는 2012년 방송대 컴퓨터학과를 나란히 졸업한 후 다시 중어중문학과에 편입한 '공부벌레'들이다. 박씨는 "공부를 하면서 스스로 대한 자존감이 자연스럽게 높아졌다"며 "일상의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에 매진하다보니 적적하거나 지루할 틈이 없다"고 했다. 아내 정씨는 "평소 술자리로 귀가가 늦던 남편이 과제 때문에 집에 빨리 오더라"며 "졸업 후 남편과 함께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통역 자원봉사를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권혁남씨 부부는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에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2011년 농학과와 문화교양학과에서 신입생으로 각각 학업을 재개했다. 이러한 부부의 노력 덕분에 아이들이 부모의 학구열을 본받기 시작했다고. 예전과 달리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과제를 챙기고 스스로 성적에 신경 쓰며 공부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고 했다. 또한 아내 조씨는 "아이들을 위해 공부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온 가족을 대화하게 만드는 연결고리가 됐다"며 "공부하기 힘든 순간이 찾아와도 이런 가족들을 생각하면 포기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방송대 관계자는 "한 학기 등록금이 40만원 이하이고, 온라인교육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어 중년의 부부들도 늦깎이 대학생으로 입학해 제2의 인생을 설계하거나 평소 관심있던 분야를 공부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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