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해경 '안전예산' 부족 알고도 방치했다

-2014년 예산안 예비심사검토보고서 -연안구조장비 도입 등 초동대처 관련 예산 시급하다고 지적-'선박 평형의 관리'도 세부 사업으로 별도 추진 필요하다고 명시-하지만 예산 통과 과정에서 묵인돼[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세월호 참사가 미숙한 초동대처 등 예견된 인재(人災)로 밝혀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이 관련 예산 확보에 문제점이 있다는 점을 알고도 방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해 '2014년 예산안' 예비심사검토보고서에서 해양경찰청 예산 중 '초동조치 대처'에 대한 금액 책정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해양경찰청 예산 중 연안구조장비 도입에 산정된 금액은 35억원이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최근 5년간 연안구조장비 도입이나 순찰차량 구입비 예산을 살펴보면 2014년 예산안은 오히려 감액 편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예산편성 추세를 유지한다면 빠른 기간 내에 해양사고의 초동조치 등에 필요한 연안구조장비 등을 보강하는데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최근 연안구조 장비에 대한 예산은 2011년 53억원이 책정됐던 이후로 2012년 44억원, 2013년 23억원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해양파출소(88개소)와 출장소(241)개 중 연안구조장비가 비치돼 있지 않은 곳도 적지 않다. 파출소 중 연안구조장비가 없는 곳이 6곳, 출장소는 95곳에 달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초동대처를 위한 장비의 보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올해 해양경찰청 예산을 살펴보면 전체규모가 1조1136억원이지만 해상 재난상황 등과 관련된 해양안전 예산은 181억원으로 0.01%대에 그쳤다.

2014년 해양경찰청, 소방방재청 예산<br />

 정치권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알았지만 해양경찰청 예산을 그대로 승인했다. 국회가 통과시킨 2014년 예산안 원안을 보면 해양경찰청 총 예산 규모는 1조1136억원, 해상 경비 및 안전활동에 대해 341억원(해양 안전 서비스 181억원 포함)으로 예비심사검토보고서 책정 결과와 같았다. 세월호와 같은 대형재난상황에서 구조작업에 대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것을 알았지만 수정없이 통과시킨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예산안 심사 당시 독도나 이어도 등에 대한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단속 등이 이슈여서 해양안전과 재난에 대한 검토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며 "의원들이 예산안 심사를 할 때는 자신의 지역구에 관련된 것이나 최근 이슈에 대해서 신경쓰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예산이 중요하게 다뤄지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2014년 예산심사 과정 중 '안전 예산'에 대해 지적을 받았지만 그대로 통과된 곳은 해양경찰청 뿐만이 아니다. 소방방재청에 대한 2014년 예산안 예비심사검토 보고서에는 '국가재난대응종합훈련' 규모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고 명시돼 있다. 국가재난대응종합훈련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의해 매년 400개 이상의 행정기관이 참여하는 대규모 종합훈련이다. 소방방재청은 2014년 예산에서 3억6800만원을 종합훈련에 책정했다. 지난해보다 1억7600만원 늘어난 액수다. 세부적인 항목을 들여다보면 TV광고료에 1억원, 연구개발비가 6000만원이 각각 증액됐다. 보고서는 6000만원 연구개발비 부분에 대해 "편성요건에 부합하는지의 여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평가했다.  세월호 침몰에 가장 큰 원인이 된 '선박 평형의 관리'와 관련된 예산도 정치권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해양수산부는 2014년 예산에 선박운송 안전확보 항목 중 선박평형수관리에 5억원을 배정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가 예산에 편성한 선박평형수 관리 사업은 선박 안전에 대한 것이 아니라 선박평형수를 배출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생태계 파괴를 예방하는 예산이었다. 이에 대해 예산안예비심사보고서는 "'선박평형수관리' 예산이 생태계 교란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선박운송 안전확보' 사업과는 거리가 있다"며 "세부 사업을 별도로 편성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정치권은 이를 묵인했다.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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