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力國力]워킹맘 46%, 육아에 운다

<W리더십 설문조사>시월드보다 社월드가 더 무서워

동료들 눈치 보며 육아휴직 엄두 못내 직장내 어린이집 시설 확충 절실[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육아'인 것으로 조사됐다. 육아에 대한 동료들의 차가운 시선도 견디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가 더 많은 육아 문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시아경제신문이 22일 모바일 설문조사 업체인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20대~30대 직장인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여성 대통령 시대임에도 여전히 직장 여성들은 육아와 가사의 무거운 책임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46.1%는 '육아 및 가사 부담'을 조직생활을 하면서 여성으로서 느끼는 가장 큰 한계로 꼽았다. '직장내 승진 등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을 선택한 여성은 19.3%, 잦은 회식 등 남성 중심 사회문화를 꼽은 여성은 13.6%에 그쳤다. 고객ㆍ거래처 등 일반사회의 여성의식 부족이나 남성에 비해 부족한 네트워크를 선택한 비율도 각각 11.7%, 8.9%에 불과했다.  

여성 2명 중 1명이 육아를 가장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의 사회활동을 가로막는 장애로 남녀차별이나 유리천장을 꼽는 일반적인 시각과도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이를 방증하듯 회사와 조직에 '육아시설 확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34.6%가 회사나 조직이 여성을 위해 가장 시급하게 배려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육아시설 확충'을 꼽았다. 지난해 정부가 직장 어린이집 설치 비율을 7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설치비를 지원하고 규제를 풀었지만 여전히 민간의 참여가 부족하다는 것을 짐작케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어 '동일직급 남직원과의 임금차별 해소(31.0%)'와 '여성을 위한 조직문화 형성(22.7%)'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직장 여성들이 육아 때문에 힘들어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남편이나 시부모의 이해 부족이 아닌, 직장 동료들의 이해 부족이다.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을 조사한 결과 '직장 상사나 동료의 눈치' 때문이라고 답한 비율이 33.4%로 1위를 차지했다. 육아시설 부족(22.8%) 역시 중요한 문제로 지적됐지만 동료들의 차가운 시선보다는 중요도가 낮았다. 아기의 응급상황(17.1%)ㆍ남편의 지원 부족(11.7%) 등도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했다. 여성들의 육아 문제는 비단 육아시설 부족 등 인프라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인식 문제와 맞닿아있는 셈이다.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도 동료들의 시선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88.0%가 '아니'라고 답했으며,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32.8%가 '회사 눈치가 보여서'라고 답했다. 차후에 계획이 있어서(20.5%), 경제적 문제(15.6%)라고 답한 이는 그 절반에 불과했다.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돌아온 많은 여성들이 승진에서 불이익을 당하거나 동료들 사이에서 '업무의 걸림돌'로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가 여전한 것이다.
육아와 가사의 적인 회식자리를 싫어하면서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참가하는 여성들도 적지 않았다. 회식에 대해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50.7%가 아니라고 답했다. 2명 중 1명이 회식을 선호하지 않는 셈이다. 회식은 매달 이뤄지진 않았지만 분기별로 1회 이상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답변자의 43.7%가 회식이 월 1회 미만~분기별 1회 이상 이뤄진다고 답했으며, '주 2회 미만~월 1회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도 20.6%나 됐다.  하지만 사내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가장 빠른 길이 회식이라는 점은 모두가 인정했다. 사내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노력을 묻는 질문에 38%가 '동아리 활동이나 술자리 참석'을 꼽았다. 학연ㆍ지연 모임(12%),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모임(17%)을 합한 것보다 더 비중이 크다. '아예 노력하지 않는다'는 답변도 적지 않은 비중(23%)을 차지해 여성들의 네트워크 구축이 쉽지만은 않음을 보여줬다.  여성들은 업무보다는 직장 동료와의 관계 유지를 위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네트워크 구축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47.7%가 '사교성 함양'이라고 답했다. 남성들과는 달리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여성들의 특성이 돋보이는 답이다. 업무능률 향상(29.8%), 전문성 확충(15.9%), 승진 도움(5.7%) 등 업무와 관련된 이유를 드는 여성들도 있었지만 관계성을 중시하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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