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 원' 없는 증권업계…기준따라 1위 업체 바뀌어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절대 강자가 없다."국내 증권업계 '리딩 컴퍼니' 부재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1위 업체가 뒤바뀔 정도로 대형증권사간 선두 쟁탈전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도 업체의 부재가 증권사 간 '미 투(Me too) 영업전략'을 부추기면서 결국 국내 자본시장 경쟁력을 퇴보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금융당국 차원의 대응책이 강구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3회계연도 상반기 현재 KDB대우증권ㆍ삼성증권ㆍ우리투자증권ㆍ한국투자증권ㆍ현대증권 등 국내 5대 증권사의 업계 순위는 총 자산, 매출액, 영업이익 등 지표에 따라 크게 엇갈렸다. 우선 매출액(영업수익) 부문에서는 우리투자증권이 1위를 기록했다. 2013회계연도 상반기(2013년 4월~9월) 동안 2조2069억원 규모로 5대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반기 '2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한국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이 각각 1조8052억원과 1조7184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증권사의 자금 동원능력을 의미하는 총 자산에서도 우리투자증권이 선두 자리에 올랐다. 우리투자증권은 현금 및 예치금, 금융자산, 부동산 등 유형자산, 대출채권 등을 집계한 총 자산이 29조9859억원에 달했다. 대우증권이 26조49억원, 삼성증권 20조5355억원, 한투증권 19조8898억원, 현대증권 18조945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NH농협증권과의 합병을 전제로 하면 총 자산이 35조원 수준으로 올라가게 된다"며 "자산관리와 투자은행 부문 신규 수입원을 차지하는데 유리한 교두보를 확보하는 만큼 국내 대표 증권사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익성 지표에서는 한투증권이 단연 압도적이다.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한투증권의 영업이익은 762억원으로 우리투자증권(374억원), 삼성증권(246억원) 등을 크게 앞질렀다. 특히 순이익의 경우 657억원으로 전체 증권사가 벌어들인 수익의 68.6%나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의 '색깔 없는' 영업전략이 초래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주 수입원인 위탁수수료 시장점유율의 경우 '빅5' 간 격차가 1% 포인트도 안될 정도로 촘촘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삼성증권이 7.45%로 대형증권사 가운데 가장 점유율이 높았다지만, 대우증권(7.41%) 및 우리투자증권(7.31%)과의 격차는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 정도로 좁다. 모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위탁수수료 수입은 HTS 및 MTS 시스템 점유율과 직결되는 만큼 경쟁업체보다 뒤질라치면 경영진이 느끼는 민감도는 엄청나다"며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과열 경쟁이 초래한 결과"라고 말했다.해외영업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토리 키재기식' 서열 경쟁을 떨쳐낼 수 있는 토양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 영업맨들이 너도나도 선두업체라고 강조하다보니 외국인투자가들도 1위 증권사가 어디인지 모를 정도"라며 "금융당국이 증권가 기업인수합병(M&A) 완화방안을 추가로 내놓아 초대형 증권사 탄생을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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