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주식투자의 길을 묻다]<③-下>베트남 진출, M&A냐? 신규설립이냐?

[호찌민=구채은 기자] 'M&A(인수합병)냐, 신규설립이냐'

▲(왼쪽부터)오경희 KIS베트남 법인장, 우영기 미래에셋증권 본부장

2007년 증시 버블을 타고 베트남 시장에 들어온 해외 증권사들이 넘쳐났다. 현대증권ㆍ동양증권ㆍSK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도 앞다퉈 주재원을 파견, 베트남 시장 진출 시기를 엿봤다. 하지만 대부분이 현지 업체 M&A와 법인 신규설립 과정에서 쓴맛을 본 뒤 짐을 싸야 했다. 폭등하는 증시와 맞물려 증권사 매물가격이 터무니 없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신규설립을 하자니 베트남 정부의 인가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이 같은 진출 장벽을 슬기롭게 극복한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주목받는 이유다. ◆M&A가 진정한 '현지화 선봉' 전략= 오경희 KIS베트남(한국투자증권 베트남법인) 법인장은 "M&A 성공 여부에 따라 현지화냐 교민상대냐가 갈린다"고 말했다. 현지 업체 M&A에 성공하게 되면, 피인수 증권사가 보유한 고객들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베트남 시장을 뻗어나가는데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0년 현지증권사인 EPS증권을 인수한 후 기존 고객기반을 활용해, 진출 당시 0.25%에 불과하던 시장점유율을 1.12%까지 끌어올렸다. 물론 이는 좋은 매물을 골라냈을 때 얘기다. M&A를 통한 진출은 숨겨진 막대한 부실이 있거나 경영권 확보가 어려워지는 등 복병이 많다. 현재 베트남 정부는 증권사 지분 한도를 49% 이하로 제한하되 과반 이상 지분을 보유할 경우에는 100%를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수 전에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와 조사 과정을 치밀하게 거쳐야 한다. 오 법인장은 "한국투자증권은 이런 위험을 알고 2007년 베트남에 와서 3년 동안 매물들을 살펴보면서 꼼꼼한 인수 준비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오 법인장은 특히 신흥시장의 경우 '현지화' 전략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홍콩이나 싱가폴에서 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예로 들어보면, 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사고 싶어 할 때 우리가 관련 트레이드를 하는 정도 수준이다"면서 "하지만 아직 고객이 발굴되지 않은 신흥시장의 탄탄한 기업을 인수하게 되면, 직접 현지 국민들을 상대로 한 영업에 성공하는 것이어서 진정한 의미의 현지화 전략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잠재 부실ㆍ신흥시장 고려하면 신규설립이 베스트= 반면 신규설립이 비용부담이 적고 신흥국 시장 환경에 더욱 적합하다는 의견도 있다. 우영기 미래에셋증권 베트남 법인 본부장은 "선진국 시장에 진출을 고려한다면 인수가 백번 맞지만 신흥국 시장의 로컬 기업을 인수하게 되면 잠재 부실로 인한 리스크를 객관적으로 산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2007년 베트남 증시가 승승장구하던 때만 해도 100여개의 증권사들이 매물로 나와 가격을 10배에서 15배 이상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우 본부장은 "이런 상황에서 인수보다는 신설이 낫다고 판단, 신규설립을 위해 베트남 전문가를 영입해 2007년 1월 외국계 최초 증권사로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장점유율이 4~5%를 넘어 이미 외국계가 매수한 대형증권사들 이외에 나머지는 모두 영세 증권사들이라는 점도 이유다. 이들 대부분이 시장점유율이 낮고 휴면상태인 곳이 많아 매물로서 가치가 떨어진다. 미래에셋증권은 현재 외국계 기업금융과 브로커리지 사업을 중심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브로커리지의 경우 한국교민 20%, 베트남 국민 80%의 비율로 영업을 진행중이다. 수익은 반반의 비율이다. 외국계 증권사로는 최초로 베트남 국영기업 비나인콘 기업공개(IPO)에도 성공했다. 우 본부장은 "설립 당시 어려움이 많았지만 현재는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단계"라면서 "향후 브로커 수를 조금씩 늘리면서 성장성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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