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포럼]상상력이 지식보다 중요하다

신문 한 부를 다 읽고 나서 누가 나한테 신문에 어떤 소식이 있었느냐고 물으면 딱히 할 말이 없을 때가 많다. 저녁 먹고 TV 앞에 앉아 한 시간짜리 뉴스를 보고 나서도 무슨 뉴스거리가 있었는지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자주 있다. 내가 주도하지 않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러다 가끔씩 내 머릿속에 콱 박히는 말이나 장면들이 있다. 내 맘 짚어 남의 맘이라고, 내가 생각하고 있거나 찾고 있는 것이 있으면 눈이 번쩍 뜨이고 쾌감까지 느껴진다.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해진다. 그러면서 행복해진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우리는 자기가 주도하는 삶에서 계속 비켜나고 있다. 내가 주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나는 뭘 모르나? 나는 무엇을 배웠나? 나는 뭘 해야 하나? 이런 생각 없이 막연하게 사는 것은 재미없다. 보람도, 가치도 없다. 어릴 때 학교에서 심어줘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조는 학생이 있다는 것은 자기 주도 학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증표다. 재미가 없으니까 졸음이 온다. 왜 재미가 없나?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어렵고 딱딱해서 인가? 선생님이 재미없게 가르치기 때문인가? 남 탓할 게 아니다. 모든 게 내 탓이다. 내가 주도해서 공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뭘 모르는지를 알았다면 벌써 반은 안 거다" 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초ㆍ중ㆍ고ㆍ대학까지 16년 동인 수많은 것을 배우고 익혔지만 평생을 살아가면서 써먹고 있는 것은 겨우 문자 해독과 +-×÷등 산술계산 방법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부분은 상식과 양심으로 산다. 자본주의 이론이나 미적분 방정식 같은 것을 왜 배웠는지 의심해 볼 때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부족하고 역사적으로 쌓아온 지적 자본 또한 빈약한 상태에서 서구문물을 신속히 받아들여 빠르게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지금까지의 따라잡기는 성공했다. 그러나 앞으로 치고나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방식 가지고는 어렵다는 것이 모두의 의견이다. 유대인 방식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유대인 학교에서 선생은 학생들에게 마따호세프(네 생각이 무엇이냐?)를 끊임없이 던진다. 질문하려면 생각해야 하고 생각한 것을 말하려면 용기가 있어야 한다. 선생은 답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학생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다. 유대인 교육 방식의 핵심이다. 아이들이 아침에 학교 갈 때 한국 엄마들은 선생님 말씀 잘 들으라 하고, 유대인 엄마들은 질문 많이 하라고 한다. 그 결과는 1:193 이다. 노벨상 수상자 비교다. 유대인이었던 아인슈타인은 "상상력이 지식보다 더 중요하다"고 했다. 요즘 스마트폰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시시각각으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수많은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스마트폰에 우리는 노예가 돼 가고 있다. 길을 찾을 때도, 전화를 걸 때도 내비게이션을 이용하거나 휴대폰에 저장돼 있는 번호를 검색해야 한다. 초ㆍ중ㆍ고ㆍ대학에 다니면서 엄청난 지식을 배우고, 외우고, 시험 치고, 성적 때문에 비관하며 자살하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로 나타나는 세상을 거쳐 왔다. 과연 무엇이 남았고, 그걸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나? 별로 없다.  차라리 꿈꾸고, 상상하고, 자기가 생각한 것을 용기 있게 실천한 사람들이 점수에만 집착한 사람들보다 훨씬 더 성공한 삶을 사는 것 같다. 자기 인생을 자기가 만들어가기 위해 스스로 배우고, 익히고, 응용해 보라. 세상이 자기 것으로 다가오는 희열을 느낄 것이다. 김선빈 과천과학관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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