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폰 멸종사건…문자 훔쳐보고 엿듣던 그 폰

유심칩 쓰는 스마트폰 똑같이 만들기 어려워
[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빈번히 사용됐던 복제폰(쌍둥이폰ㆍ브리지폰)이 자취를 감췄다. 드라마에도 등장해 누군가를 감시하는 용도로 사용됐지만 스마트폰 대중화와 함께 자연스럽게 사라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기술적으로 복제가 어려워진 점과 함께 문자나 통화보다는 데이터를 이용한 소통이 활성화되면서 복제를 통한 '감시' 수요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26일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의 중앙전파관리소에 따르면 올해 복제폰으로 적발된 건수는 단 3건에 불과했다. 8년 전 당시 정보통신부가 적발한 65건에 비하면 약 95.4%가 낮아진 것으로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복제폰 사용이 횡행했을 때는 적발 건수가 8개월 만에 5배 이상 늘어나며 '복파라치(복제폰 파파라치)' 도입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었다. 주로 누군가의 통화 기록ㆍ문자 메시지를 감시하거나 범죄, 휴대폰 결제 사기, 휴대폰 대출 등으로 활용 돼 피해는 복제폰의 실제 명의자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본지가 한 유명 온라인 중고 카페에서 '복제폰', '쌍둥이폰', '브리지폰'을 검색한 결과 2013년도 들어 이와 관련된 문의글이나 홍보글조차 찾을 수 없었다. 업계에서는 복제폰의 멸종 원인으로 스마트폰 시대에 들어서면서 사용된 유심(USIM) 칩을 꼽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모든 정보가 단말기가 아닌 유심 내 보안 영역에 저장된다"며 "유심 내 개인정보 입력은 통신사 전산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민간에서는 임의적으로 복제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단말기 내 메모리만 복제하면 한쪽 단말기가 처리하는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던 시대는 지났다는 설명이다.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문자 메시지나 전화통화보다는 데이터를 통한 소통이 활성화되면서 복제보다는 다른 방법(애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한 정보 유출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복제폰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유통 상가 업계에서 10만원 선에 복제폰이 거래됐지만 이제는 수요자도 없고, 복제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굳이 예전처럼 돈을 들여 보안을 뚫기 위한 개발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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