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강국' 日에서 배워 국산화 이룬 工作왕

[중기 강국 뛰는 리더들]<40>류흥목 한국공작기계 회장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경기 회복 속도를 감안하면 3~4년 내 매출을 기존 2배인 2000억원대로 확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류흥목 한국공작기계 회장은 16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금융위기 이후로 침체됐던 풍력 경기가 내년 중 회복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글로벌 경기가 개선되면서 공작기계 시장도 훈풍을 탈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공작기계는 대표적인 '히든챔피언'이다. 전 세계 40여개국에 공작기계를 수출하고 있으며, 매출의 75%가 수출에서 발생한다. 중국의 만산스틸, 인도 철강기업 세일(SAIL) 등에 장비를 수출하고 있으며, 지난 2011년에는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들을 제치고 미국 해군성과 1500만달러 선박부품 장비 공급을 체결했다. 지난해 수출액 5300만달러를 기록하며 최근 열린 50회 무역의 날에서 5000만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류 회장은 2세 후계자로서 1978년 한국공작기계에 입사했다. 1970년대는 재벌 기업들이 잇달아 공작기계 시장에 뛰어들며 중소기업들이 도미노처럼 도산했던 때다. 대기업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류 회장은 대형화를 선택했다. 류 회장은 "계열사를 끼고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사업하는 대기업과 정면대결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대형 공작기계 부문에서 특화하는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고객이 원하면 수십년간 쓴 기계라도 새 것처럼 고쳐주는 애프터서비스 정신도 큰 호응을 얻었다. 제품의 진가를 알아보는 국내외 대기업들에게서 '러브콜'이 날아왔다. 국내 철강업체들이 수입에 전량 의존하던 철강 가공용 공작기계를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 국내 주요 업체에 공급해 수입대체 효과를 이뤄낸 이야기는 유명하다.  한국공작기계의 역사는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한 자체 기술 확보의 역사다. 류 회장의 선친은 1969년 일본 다이니치금속과의 기술제휴를 통해 한국공작기계를 설립, 수입에 의존하던 공작기계를 직접 개발했으며, 류 회장도 일본 기술 연수 등을 통해 대형 공작기계를 순수 국내 기술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1989년에는 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신기술 개발ㆍ국산화에 골몰했다. 현재는 직원 10명 중 3명을 연구인력으로, 매출의 5%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2세 경영자로서 한국공작기계에 입사한 그는 이미 자녀들에 대한 후계자 교육도 진행, '3대 경영'을 실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가업승계를 진행중인 후계자들에게는 선배로서 '한 길'만 봐야 한다는 충고를 던졌다. 그는 "기업환경도 열악했고 지식도 일천했지만 '가업을 이어받아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주저없이 입사했다"며 "다른 길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외국에는 공작기계만으로 중소기업에서 수조원대 매출 규모로 성장한 기업들이 있다. 일본의 모리세키, 야마자키 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중국과 일본은 물론, 독일 등 유럽 국가에 비해서도 규모가 작다. 그가 언제나 안타까워하는 부분이다. 중소기업은 인재 채용에서도 불리하다. 류 회장은 "고교 졸업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끌어오려 했지만 대기업으로 가더라"며 인재 육성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거듭 강조했다.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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