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 파고다]18-②죽음의 흔적을 지워 드립니다

이웃들 불편한 시선이 큰 짐[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 주상돈 기자, 김보경 기자, 김민영 기자] "긴 해외 출장을 다녀온 사이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다. 혼자 움직일 수 없는 어머니를 아버지가 돌보고 계셨는데 지친 아버지가 먼저 쓰러져 돌아가시자 거동할 수 없었던 어머니도 식사를 못 챙겨 결국 아버지를 따라 가신 것 같다. 부모님 두 분이 모두 돌아가셨는데 부모님 집을 수습해 줄 수 있겠느냐."

김석훈 바이오해저드 대표

2007년 10월 김석훈 바이오해저드 대표(39)에게 한 40대 남성으로부터 온 인터넷 쪽지 내용이다. 바로 얼마 전 장례식장에서 의뢰를 받아 시신이 부패한 현장을 청소한 뒤 김 대표가 블로그에 남긴 글을 보고 연락이 온 것이다. 당시 김 대표는 12년째 장례지도사로 일하고 있었다. "직접 부모님 집을 정리하는 것이 자식 된 도리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신 집에만 가면 부모님을 모시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가슴을 죄어온다"는 의뢰인의 말에 이 현장을 맡았다고 한다.이 일을 계기로 김 대표는 2008년 6월 특수 청소업체 바이오해저드를 열었다. 이때만 해도 고독사, 자살, 살인사건 등이 남긴 혈흔과 시취를 제거해주는 업체가 없었다. 김 대표는 "지금은 건설폐기물이나 생활쓰레기 등을 처리하던 업체까지 유품정리 일에 뛰어들고 있지만 시신 부패물이나 시취를 전문적으로 제거하는 업체는 지금도 몇 곳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바이오해저드가 맡은 현장은 800여건. 이 중 250여건이 65세 이상의 고독사 현장이었다.이 회사 외에도 키퍼스코리아·바이오에코·천국향·제이콥 등 10여개 업체가 유품 정리 및 특수 청소를 하고 있다. 이들은 고독사로 늦게 발견돼 시신이 심하게 부패했거나 범죄현장 등 혈흔이 남은 현장을 주로 맡는다.김 대표는 이 일을 하면서 시취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그는 "현장에 나가면 '왜 우리 집 앞으로 지나다니느냐' '우리 집 앞에 왜 차를 대놨느냐'는 등 항의를 한다"며 "시취에 대한 혐오감과 무서움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럴 땐 정말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관련기사]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주상돈 기자 don@asiae.co.kr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획취재팀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기획취재팀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기획취재팀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기획취재팀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