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스토리]왜 하필 지금? 증권맨들의 절규

공매도 허용 폭탄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 "울고 싶은데 뺨 때리는 것도 아니고…. 왜 하필 지금 공매도를 허용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5년 만에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 금지가 풀린 14일. 증권사 직원들은 하나같이 금융위원회의 결정에 분통을 터트렸다. 언젠가는 공매도를 허용해야겠지만, 하필 업계가 한창 어려운 상황에서 굳이 이런 결정을 내렸어야 했느냐는 볼멘소리다.  금융위의 전격적 결정에 외국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증권주를 공매도했다. 가뜩이나 부진한 실적에 공매도 순위 1위부터 3위까지 모두 증권주였다. 공매도 수량 1, 2위를 기록한 KDB대우증권과 현대증권은 나란히 5%대 하락률로 타격을 받았다. 공매도 수량 3위 동양증권이 인수합병(M&A) 기대감에 소폭 상승한 것을 제외하곤 대다수 증권주들이 공매도와 이에 따른 주가하락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전날 증권업종지수는 3.20%나 급락, 전체 업종 중 낙폭이 가장 컸다.  공매도 충격에 따른 주가 하락은 목돈을 쥐여줄 것으로 기대됐던 우리사주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대형 증권사들은 2011년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투자은행(IB)이 되겠다며 '조' 단위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도 적지 않은 규모로 우리사주 형태로 증자에 참여했다. 총 1조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KDB대우증권은 2112억원을 1주당 8230원에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주당 9530원에 1272억원을, 삼성증권은 주당 4만2500원에 모두 786억원을 우리사주 조합에 배정했다. 1인당 참여규모는 수천만원을 넘었으며 억대를 받은 직원들도 적지 않았다. 보호예수 1년이 풀린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까지 수익은 괜찮았다. 30~50%씩 차익을 실현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직원들 절반가량은 차익실현 대신 계속 보유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직원들은 공매도 허용 직후 급락으로 그간 벌어놓은 평가익을 대부분 날렸다. 아직 우리사주 매입단가보다 주가가 조금 높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지만, 2년간의 금융비용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으로 떨어진 것이다.  하필 같은 날 한화투자증권은 전체 직원 1600여명 중 25%가량인 450명을 구조조정하는 안을 발표했다. 사실무근이라는 회사 측 해명에도 불구하고 업계 선두권 회사에 대한 30% 구조조정설도 여의도 증권가에 나돌았다. 공매도 충격으로 떨어진 증권사 직원들의 사기는 아예 바닥까지 추락했다. 한 대형증권사 직원은 "M&A 이슈가 있는 회사 직원들은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동양사태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마당에 금융당국이 굳이 왜 이런 충격파를 주는 조치를 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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