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들의 사생활 - 5장 저수지에서 만난 여인 (86)

하림은 그게 펌프 고치러 온 사내와 이장 운학이 대화중에 나왔던 송사장이란 작자가 벌이고 있는 대규모 리조트 단지 조성 공사 현장이란 걸 금방 알 수가 있었다. 그러자 아까 그들이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떠올랐다.“근데 말이야, 저수지 너머에 송사장인가 하는 작자가 나타나 지금 한창 개발공사를 하고 있다며...? 콘돈가 뭔가를 짓는다고....”염소수염 사내가 말했었다. 그러자 운학이,“몰러. 지금 한창 온통 산을 깎아내고 뒤집고 지랄일세. 뭐 대규모 위락시설을 들여온대나 어쩐대나.... 그러면 동네가 확 달라질 거라며 떠들고 다녀. 주민 동의서 도장도 받고.... 노인네들은 거진 다 넘어갔어.”“그래? 송사장인가 하는 작자는 이전에 건설사 하다가 부도를 맞고 감옥까지 갔다 왔다고 하던데... 그런 인간이 무슨 꿍꿍이속으로 여기에다 대규모 위락단지를 유치하겠다는 건가?”“글쎄 말이야. 알고 보면 자기도 여기에 연고가 있대나 뭐래나. 근데 그 인간 인상부터가 곱지가 않더라. 눈이 꼭 단추구멍만 한 게 사람을 게눈처럼 옆으로 힐딱힐딱 쳐다보는 품이 아주 사기꾼 같았어. 지난 가을부터 검은 세단차 몰구 풀방구리 드나들듯 하는 꼴이 수상쩍더라 했더니.... 하여간 자기 말로는 개발만 되면 서울도 가깝고 해서 편의시설도 들어오고 땅값도 오르고 하루 아침에 동네가 천지개벽할 거라고 하더만. 그것 땜에 다들 들썩거리면서 동네가 반쪼가리가 날 지경이라니까. 찬성하는 사람들이랑 반대하는 사람들이랑.....”“츳. 예전에 한창 골프장 들여온다고 난리쳐대 쌓더니...... 서울 가깝고 저수지 있겠다 계곡까지 끼고 있으니 그렇기도 할걸세. 근데 그 송사장이란 인간이 윤재영이 하고두 먼 친척된다는 말도 있던데.....?”“응. 자기 아버지두 예전에 여기 살구골에서 좀 살았대.”“둘이서 무슨 썸씽이 있는 건 아닌감?”“에이, 무슨 소릴....”대충 그런 대화였다. 그러니까 송사장이란 작자가 이 동네에다 콘돈가 뭔가 하는 리조트 공사를 하려고 마을 사람들을 쑤시고 다니고 있는데 그 작자랑 윤여사가 무슨 인척간이란 말이었다. 그리고 윤여사가 이곳에 땅을 사 모으고 있다는 말도 그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었다. 그러니까 윤여사가 하림 자기를 이곳으로 보낸 것은 단순히 개 죽은 일만 가지고 그런 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하림은 다리 건너편 저수지 쪽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런데 한창 포크레인이 소리를 지르며 공사 중인 현장 왼쪽 조금 떨어진 계곡 안쪽으로 지은 지 오래되지 않은 아담한 이층집이 보였다. 넓은 잔디밭이 있는, 꽤나 잘 지은 양옥이었다. 지은 지 오래되지 않은 표시처럼 오른쪽 담 옆에는 아직 치우다만 흙더미가 있었고, 건축 자재도 쌓여 있었다. 마당 앞 초록색 쇠울타리를 따라 여름이면 활짝 꽃을 피울 줄장미가 날카로운 가시를 드러낸 채 얹혀있었다. 하림은 그 집이 바로 개를 쏘아죽인 ‘고약한 영감’ 이 아까 마주쳤던 딸과 살고 있는 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영감이 개를 쏘아죽였다면 아마 저 이층 베란다에서 일 것이다. 베란다에서 잔디밭은 바로 코앞이었기 때문에 비록 서툰 사냥꾼이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조준하여 죽일만한 거리였다. 하림은 영감이 베란다에 서서 잔디밭에서 놀고 있는 누렁이, 여름이와 가을이라 했던가, 윤여사의 고모네 개를 향해 엽총을 겨누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글 김영현 / 그림 박건웅<ⓒ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김영현 기자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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