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달러=100엔 시대' 대비하자

엔ㆍ달러 환율이 100엔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어제 3년 11개월만에 달러당 99엔대를 넘어서며 100엔대에 바싹 다가섰다. 일본은행이 예상을 뛰어넘는 양적완화책을 내놓은 결과다. 일본은행은 국채 등 채권매입 규모를 기존의 두 배인 월 7조엔으로 늘리기로 했다.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돈을 찍어내겠다는 아베 신조 총리에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트럭으로 엔화를 뿌리겠다며 화답한 격이다.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진 달러당 100엔 돌파는 시간 문제다. 일본 아베 정권이 무리한 엔저정책을 멈출 기세는 없다. 미국이 일본의 엔저를 용인하고 나선데다 일본 기업의 이익증대와 주가 오름세로 아베 정권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의 틀을 만든 하마다 고이치 예일대 명예교수는 올 초 "한국 기업과 경쟁하려면 달러당 100엔선이 적정선"이라고도 했다. 일각에선 달러당 110엔대까지 예상한다. 일본의 불도저식 엔저정책에 따른 피해는 이웃인 한국이 가장 크게 보고 있다. 1ㆍ4분기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영업이익률이 급증한 반면 현대ㆍ기아차는 고전했다. 소니가 흑자전환한 가운데 LG전자의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엔화가치가 달러당 100엔에 이르면 우리나라 수출이 3.4%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과 경합도가 높은 철강, 석유화학, 기계, 자동차, 정보기술(IT) 산업 등의 수출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엔ㆍ달러 환율이 110엔까지 갈 경우 수출은 11.4% 줄어들리란 예상이다. 엔저는 현실이다. 기업들로선 고환율 시대는 지났다는 냉엄한 현실 인식 아래 가격이 아닌 제품 경쟁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사실 지금의 엔저 흐름은 일정 부분 정상화 과정이란 점도 있다.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엔화가치가 크게 높아진 덕분에 상대적으로 이익을 보았던 시기가 끝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엔화 약세에 북한 리스크까지 겹쳐 경제가 사면초가에 빠진 모습이다. 금융당국으로선 환율이 급등락하지 않도록 미세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도 주목된다. 무엇보다 현오석 경제팀이 긴장해야 한다. 대외환경 악화에 흔들림없이 시장의 변동성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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