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현 카이스트 건설 및 환경공학과 교수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창조경제, 창조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창조라는 단어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둥 일자리 창출과 같은 경제성장 위주 정책이 우선시되는 것 아니냐는 둥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구상을 구체화한 대통령직 인수위원이 "창의력으로 신산업과 창업을 이끌어낼 수 있는 초일류 씨앗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하니, 창조라는 단어가 오해를 불러 일으킨 것 같다. 이런 의미라면 '창조'보다는 차라리 '창의'에 무게를 두어 단어를 사용하는 게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창조경제를 위한 국정과제 중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산ㆍ학ㆍ연ㆍ지역 연계를 통한 창조산업 생태계 조성'이라고 본다. 애플이 모바일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세계 경제에 큰 반향을 일으킨 사례를 토대로, 창조산업 생태계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하지만 경제성장을 최고 목표로 삼는 창조산업 생 태계 조성은 자칫 잘못된 길로 빠져들 수 있다. 인위적인 생태계 조성이 얼마나 힘들고, 긴 안목이 필요한 것인가를 말해주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1991년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된 '바이오스피어2(Biosphere2)'는 외부와 격리된 생물 생태계를 인공적으로 만들기 위한 모험성 프로젝트였다. 예를 들어 인류가 화성에 인공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8명의 연구진이 2년 동안 진행한 이 실험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 주된 이유는 인위적으로 조성한 7가지 자연 생태계 중 열대우림 지역의 흙에 포함된 미생물들이 흙 속의 탄소를 이산화탄소로 분해하면서 산소를 대량 소비했기 때문이었다. 실험에 참가한 연구진들은 부족한 산소를 보충하기 위해 특정 식물을 많이 심었다. 하지만 이상 증식한 특정 식물이 다른 식물들의 성장을 막아 기후 변화를 가져왔다. 이는 곤충들의 죽음을 초래했고, 이로 인해 식물들의 수정이 어려워져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는 악순환을 빚게 되었다. 이 실험 연구는 인간의 간섭으로 생태계를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또한 우리가 지구 생태계에 대해서 얼마나 무지한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실험에 참가했던 제인 포인터는 '바이오스피어2: 인간실험 2년 20분'이라는 책에 그 실패 경험담을 자세히 적었다. 창조경제란 개념을 놓고 많은 논란이 일고 있는 지금 우리는 이 인공 생태계 조성 실패담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성공적인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그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미리 연구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너무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었다가는 생태계 자체가 유지되지 못하고 파괴되는 악순환이 이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연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반복하면서 그 아름다움을 유지한다. 노자가 도덕경에서 지적했듯이 자연의 아름다움은 성장 자체에 목적을 두지는 않지만, 그 생태계를 영속적으로 유지하는 특성이 있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한 정책도 당장의 성장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지속 가능한 창조경제 생태계는 기초과학이든 공학이든 연구에 최대한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실패를 용인하며, 개방적인 연구를 장려하는 문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시키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창의적인 이공계 및 융합 인재 육성, 혁신 창출, 경제 성장,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이 정부의 간섭 없이도 유지되는 영속적인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명현 카이스트 건설 및 환경공학과 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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