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안철수 테마 셀프마케팅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지난 16일 보안기업 소프트포럼은 아침 일찍 인사보도자료를 냈다. 전무급 최고기술경영자(CTO)를 영입했다는 내용이었다. 내용상 짤막한 인사만 내는 게 보통이지만 소프트포럼은 여기에 원고지 4매나 할애하면서 새로 영입한 인사가 안철수연구소(현 안랩) 연구소장 출신이란 것을 부각시켰다. 효과는 100점 만점이었다. 이 내용이 보도되자 소프트포럼은 바로 상한가로 직행했다.
대선이 끝난 후에도 안철수 테마주를 중심으로 정치테마주이 이상 급등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은 물론 상장사까지 테마에 합류하려는 '셀프마케팅'을 하는 회사까지 생겨나고 있다. 속이 뻔히 들여다 보이는 자기 선전이지만 투자자들은 여기에 적극 호응을 한다. 안랩 출신이 전문경영인이라는 이유로 써니전자가 선거 직후부터 5배 이상 올랐으니 그간 부각 안된 이 회사 주가도 몇배쯤 올라도 된다는 억지 논리가 등장한다. 황당하게도 이같은 논리가 시장에서 먹힌다는 것이다. 잘 나가던 써니전자가 급락반전하고, 안랩도 전날 상한가에 급락세로 돌아선 17일에도 소프트포럼은 개장부터 상한가로 직행했다. "주가만 오르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회사와 투기세력과 추격매수에 나선 일반투자자들이 암묵적으로 뒤늦은 테마주를 폭등시키고 있는 셈이다.지난 두번이 대선 과정에서 이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테마주의 성공(?)이 회사와 세력, 투기적 투자자들을 용감하게 만들었다. 실제 테마 덕에 돈을 번 이들도 적지 않다. 테마주 대주주들은 수백억원대의 차익을 실현했다. 안철수 전후보도 테마 덕에 기부금을 천억원 단위로 늘릴 수 있었다.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수백억원대 돈을 번 세력들도 있다고 한다.하지만 이들이 번 돈은 결국 다른 투자자들의 돈이다. 테마주의 급등은 오로지 기대감과 수급에 의존한다. 펀더멘털은 철저히 무시되다 보니 결국 주가는 제자리로 돌아온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보는 구조가 테마주의 속성이다.얄팍한 셀프마케팅이 통하는 것은 이에 편승해 한몫 잡겠다는 투자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테마주에서 돈을 잃는 것은 결국 본인 책임이다.전필수 기자 philsu@<ⓒ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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