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꿈이었다고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아쉬움 남아 가슴 태우며 기다리기엔 너무나도 멀어진 그대ㆍㆍㆍ”지난 12월 26일 서울 모처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출입기자단 송년 세미나에서 저녁 식사 도중 기자들의 요청을 받고 마이크를 잡은 김석동 위원장이 사내 동아리 금융위밴드의 연주에 맞춰 조용필의 '허공'을 불렀습니다. 박자도 맞지 않고, 군데 군데 가사도 틀렸지만 끝까지 열창하는 김 위원장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왠지 노랫말 속에 그가 처한 심정이 담긴 건 아닌가 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지난 2011년, 금융위 위원장에 발탁된 그의 앞에 놓인 미래는 불 보듯 뻔한, 가시밭길의 연속이었습니다. 지난해 봄 금융위 간부 산행에서 기자에게 전한 “왜 하필 내가 짐을 져야 했는지 모르겠다”는 그의 말 속에는 책임자의 부담감이 가득했습니다.김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손자병법에 나오는 4자 성어인 ‘풍림화산’(風林火山)을 인용해 “금융위가 바람처럼 빠르게, 숲처럼 고요하게, 불길처럼 맹렬하게, 산처럼 진중하게 대내외 환경변화에 선제적이고 창조적으로 변화되길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역사적 판단은 전문가들의 몫이겠으나 적어도 기자가 본 김 위원장과 금융위는 이 말에 따라 일련의 ‘사태’에 최선을 다해 대응을 했다는 쪽에 한 표를 던지고 싶습니다.다만, 정책 입안이라는 금융위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빛을 발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김 위원장이 사활을 걸고 추진했던 3대 금융법안인 자본시장법과 금융소비자보호법, 예금자보호법은 국회의 견제, 대통령 선거 등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본회의 상정조차 이뤄지지 못한 상황입니다.김 위원장의 카리스마와 뚝심이 금융 관련 정부부처 및 유관기관은 물론 국회와도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공무원은 100% 맞다고 해도 자신의 소신만 강조해서는 안 되며, 두 귀를 활짝 열어 찬성과 반대측 이야기를 들은 뒤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여론의 뜻을 받아들여 합의점을 만들어야 하는 데 말입니다. 여기에 팀장급 직원이 결정해도 될 사안조차도 김 위원장의 생각이 어떤지 알기 전에는 판단을 유보하는 상명하달식 문화가 금융위 내에 생겨났다며, 그가 없는 금융위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습니다.새 정부가 출범하면 금융위가 현재의 조직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좋은 쪽의 변화라고 해도, 자기 부처를 지켜내지 못한 장관들은 퇴임 후에 평가절하 되는 예를 여러 번 봤습니다. 김 위원장은 많은 것을 이뤄낸 것 같으면서도 완성한 것은 없는, ‘잊는다고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미련이 남는’ 그런 2년여 간의 금융위원장의 생활을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 노래를 불렀는지 모르겠습니다.채명석 기자 oricm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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