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詩]매창의 '쓸쓸한 날(愁思)'중에서(2)

평생 부끄러워 하는 건, 관가 밥 벌이하는 기생 노릇 배운 일/내가 사랑하는 건 비스듬히 달빛 비치는 한매(寒梅)/사람들은 깊고 고요한 마음 몰라주고/손가락질 하며 지나가는 이 삐딱한 이 많구나//平生恥學食東家/獨愛寒梅映月斜/時人不識幽閑意/指點行人枉自多■ 나는 어찌하여 기생이 되었던가. 식동가(食東家)는 동가식서가숙에 나오는 그 표현이다. 지조없이 남에게 비위맞춰 밥과 잠을 해결하는 그런 거지같은 인생이다. 비록 어찌 하다보니 그런 신세가 되었지만, 내 뜻이 그 일에 동의하지 않고 그렇게 밥 벌이하는 일을 배운 것을 늘 부끄러워 했다. 나는 달빛 받는 눈 속의 매화를 사랑한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래 봤자 기생 아닌가? 이렇게 퉁명스럽게 말할 뿐이다. 하지만 그건 내가 아니다. 아니어도 아주 많이 아니다. 달빛이 매창을 심란하게 만들었던 것, 그리고 귀뚜라미 소리가 창자를 찧어 외로움을 만 섬이나 생산했던 것. 그 까닭은 멀리 있는 정인이 그리워서가 아니었다. 기생으로 태어난 외로움, 아무도 그녀의 뜻을 알아주지 않는 서러움, 살펴보지도 않고 손가락질부터 하는 세상의 무심함. 그런 것들이 몇 겹의 한기로 들이닥치는 그 서러움을 곱씹고 있는 것이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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