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서점 업계 5위였던 대교 리브로가 연말에 사이트를 닫고 폐업하기로 결정했다. 주요 온라인 서점이 문을 닫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출판불황이 출판사와 동네서점 등 오프라인 영역을 넘어 온라인으로도 번지고 있음을 알려주는 사건이다. 온라인 서점은 국내에서 1997년 처음 등장한 뒤 지난해까지 성장세를 유지했다. 전체 서적시장에서 온라인 서점의 점유율은 40% 정도까지 높아졌다. 서적유통이 효율화되고 독자들의 서적정보 입수와 서적구매상 편의가 개선되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온라인 서점들의 할인경쟁이 출판생태계를 허무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 시작은 정부가 온라인 서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2003년 온라인 서점에 한해 10% 할인판매를 허용하면서부터다. 그 뒤로 몇 차례 관련 법규가 개정돼 지금은 발행 후 18개월 미만 서적을 19%까지 할인판매할 수 있다. 18개월이 지나면 무제한 할인판매가 가능하다. 이에 책을 사는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몰려 중소 규모 오프라인 서점들이 타격을 받았다. 1990년 말 4600개였던 전국 서점 수가 2011년 말 1700여개로 줄어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드러났듯이 온라인 서점들이 사이트 화면을 지극히 상업적으로 운영한 것도 서적시장을 왜곡시켰다. 초기화면의 추천서적이나 베스트셀러 코너를 돈을 받은 출판사의 책으로 구성해 독자를 속이는 관행이 적발됐다. 이런 행태가 서적정보 유통의 건전성과 다양성을 해쳤다. 그 영향으로 서적을 생산하는 출판업계에 빈익빈 부익부가 초래돼 문을 닫는 중소 출판사들이 속출했다. 빈사상태에 빠진 출판업계가 창조적 서적생산 능력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국민의 독서습관이 크게 위축된 데는 인터넷과 영상문화의 위력 외에 이런 출판생태계의 와해도 한몫했다. 지금의 출판불황은 경제 전체의 불경기보다 훨씬 심각하다. 올해는 온라인 서점 업계의 매출도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과열 할인경쟁의 부메랑을 맞게 된 것이다. 모든 콘텐츠 산업의 인프라 역할을 하는 출판은 시장논리에만 맡겨둘 분야가 아니다. 발행 후 경과기간과 무관하게 할인율을 10%까지만 허용하는 도서정가제의 재확립이 출판생태계 회복의 첫걸음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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