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전세계 자동차 업계가 현대ㆍ기아차 연비문제로 시끌시끌하다. 북미시장에서 2년 연속 100만대를 판매하며 기세를 올렸던 현대ㆍ기아차는 연비오류 문제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다. 벌써부터 연비과장 관련 차종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구매와 리스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벌이기 시작했다. 대규모 집단소송으로 확산될 기세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서울YMCA 등 소비자단체가 현대ㆍ기아차의 국내 판매 전 차종의 연비 표기를 조사하라며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처럼 연비문제로 어느 때보다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현대ㆍ기아차를 보면 '부르몽의 악몽'이 떠오른다.23년전이다. 1989년 현대차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공략을 위해 캐나다 부르몽에 연산 10만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세웠다. 쏘나타를 현지에서 생산해 미국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글로벌 자동차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에서였다.그러나 결과는 끔찍했다. 현지에서 생산한 쏘나타의 품질 문제가 불거지면서 결국 1993년 부르몽 공장의 문을 닫았다. 회계상으로도 1996년 5000억원 손실을 남겼다. 당시 현대차에겐 전혀 희망이 없는 듯 했다. 부르몽 공장 철수 후 '싸구려 차'란 꼬리표가 늘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이 꼬리표를 떼기위해 정몽구 회장을 중심으로 연구소는 연구소대로, 서비스 조직은 서비스 대로 뭉쳤다. 이로부터 11년 후인 2004년 현대차는 J.D.파워사의 신차품질조사(IQS)에서 사상 처음으로 도요타를 제치며 일반 브랜드 부문 4위에 올랐다. 품질로 정면 승부 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급박감이 빚어낸 결과였다.똑같은 데자뷔다. 그래도 지금 현대ㆍ기아차에게 다행인 것이 있다. 부르몽의 위기를 헤쳐냈던 현대차만의 뚝심이 있다는 것이다. 연비오류표기사태를 보고 받은 정몽구 회장은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 10여년간 쌓은 품질 신뢰도가 다 무너지고 있다"며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직원들을 상대로 "교육을 어떻게 시켰냐"며 목소리도 높였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도요타 리콜사태와 같은 대형 악재로 번지지 않게끔 즉각적인 후속조치를 강조했다.이번 사태 발생 즉시 신속하게 진화에 나선것도 위기를 극복해 낸 학습효과 영향이 컸다. 존 크라프칙 현대차 미국법인장이 이례적으로 '대단히 죄송하다'는 표현까지 쓰며 사과를 했고 보상 대책도 내놨다. 현대ㆍ 기아차의 품질을 책임지고 있는 연구소 수뇌진도 전면 교체했다. 도요타가 북미시장에서 가속페달 등 차량결함으로 1000만대 이상을 리콜했던 지난 2009~2010년 당시 최고경영자와 회사측의 늑장대응으로 되레 화를 키웠던 모습과는 비교된다. 치를 떨었던 부르몽 악몽이 결과적으로 오늘날의 글로벌 현대ㆍ기아차를 만들었듯이 이번 연비사태가 결국 보약이 되길 바라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연비 오류 사태의 끝을 어떻게 맺을 것인지, 그 키는 현대ㆍ기아차가 들고 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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