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았다, '삼성 한국시리즈 우승'과 '사상 최대 실적'

야구, 류중일 감독 불펜진 이승엽 위기돌파 능력 놀라웠다경영, 최대 실적 뒤엔 '1등 DNA'와 특유의 돌파력 있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왼쪽)이 지난달 3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과 SK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실력과 흔들림 없는 정신력, 무한한 신뢰'2012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며 2년 연속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삼성 라이온스의 원동력이다. 류중일 감독의 강력한 카리스마와 간판스타 이승엽, 끝판왕으로 불리는 마무리 투수 오승환을 비롯한 9명의 탄탄한 조직력과 신뢰가 만들어낸 한편의 드라마가 막을 내렸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준 삼성 라이온스의 모습은 삼성그룹 경영과 닮은꼴이다. '야구는 경영'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번 한국시리즈는 삼성그룹의 모습을 그대로 야구장이라는 사각의 다이아몬드에 옮겨놓았다. 정규 시즌에서 우승하며 패넌트레이스를 기다리던 삼성은 절대 느긋하지 않았다. 패넌트레이스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쳐내는 경쟁팀들의 모습에 바짝 긴장하며 마지막 승부를 위한 고삐를 바짝 조여갔다. 한국시리즈서 보여준 삼성라이온스 승리의 원동력은 정신력과 서로에 대한 신뢰였다. 류중일 감독은 팀이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과 함께 선수들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를 보였다. 이재용 사장도 5차전이 열리는 잠실경기장을 방문, 응원하며 선수단에 무한한 신뢰를 보였다.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연일 위기를 강조하며 고삐를 바짝 조이면서도 삼성전자의 경쟁력에는 신뢰를 보내고 있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매분기 경신한데도 이 같은 신뢰가 있었다. 수년전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HTC 등에 밀려 존재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 등 오너의 전폭적인 신뢰와 삼성전자 대표 경영자인 최지성 부회장, 신종균 사장 등의 '1등 DNA', 임직원들의 실력이 더해지면서 모든 경쟁사를 압도하고 세계 휴대폰 1위, 스마트폰 시장 1위를 동시에 석권할 수 있었다. 실력은 최고의 밑천이었다.
삼성은 반도체 사업서도 차별화된 기술력을 보유하며 경쟁사들과의 원가 이하 가격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 애플의 특허소송에도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를 굳건히 하고 있다. 오승환 선수가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150Km에 달하는 직구로 삼진을 잡아내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4차전 당시 주루 실수를 범하며 스스로를 자책하던 이승엽 선수는 5차전에서 왜 그가 스타인지 증명해냈다. 팀내 대표 선수이자 선배다운 면모를 보였다. 타석에선 다소 부진했지만 파울 타구를 끝까지 잡으려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이승엽 선수의 모습은 팀내 사기를 한껏 불어 넣었다. 6차전에서는 2사 만루에 3루타를 쳐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며 승리에 쇄기를 박았다. 4차전 9회초 무사 3루,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투수 오승환 선수는 왜 '끝판왕'이라는 별칭을 얻게 됐는지를 어김없이 보여줬다. 이날 오승환 선수가 던진 공은 최고 153Km를 기록했다. 타자 입장에선 제대로 보기도 힘들고 쳐낸다 해도 조금만 비껴 맞으면 파울이 될 정도로 위력적인 공이다. 무사에 3루타를 맞은 뒤 오승환 선수의 진가는 더욱 빛났다. 공 하나만 잘못 던져도 최소 동점, 역전까지 당할 수 있어 한국시리즈 우승이 멀어져가는 순간이었지만 오승환 선수는 한가운데 직구를 던져내 타자를 잡아내기 시작했다. 3명의 타자를 연달아 삼진과 범타로 잡아내며 오승환 선수는 스스로 만든 위기를 스스로 해결하고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류중일 감독과 그라운드 위에 선 9명의 선수들은 오승환 선수를 믿고 내야 수비를 좁혀 갔고 오승환 선수는 이에 화답했다. 잠시의 흔들림도 없이 3명의 타자를 연달아 삼진과 범타로 잡아내며 오승환 선수는 스스로 만든 위기를 스스로 해결하고 팀의 승리를 이끌어냈다. 야구는 기업경영과 닮아있다. 9명의 선수는 서로를 신뢰하고 신뢰 속에서 조직력을 만들어간다. 각 개인마다 맡은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감독의 전략과 선수들의 실행 능력은 경기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에 준하는 감독의 판단은 성패를 좌우한다. 이기기 위해서는 4번타자가 장타 대신 번트를 때리거나 포볼로 적을 유인하는 등 한번의 경기서도 수천, 수만번의 감독의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흔들림 없는 강인한 정신력이 요구되는 멘털스포츠라는 측면서도 경영진에게 시사하는 대목이 많다.이건희 회장은 지난 2002년 삼성이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을 때 우승사례를 경영에 활용하라고 지시했고 지난해에는 야구를 통해 조직력과 통계, 포수의 희생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절체절명의 기회와 위기에서 팀을 승리로 이끈 이승엽, 오승환 선수의 실력과 정신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이 보여줬듯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이를 이겨낼 수 있는 해결책은 자신의 실력과 흔들림 없는 정신력, 오너와 경영진의 무한한 신뢰"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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