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14세기 영국과 프랑스가 벌인 백년전쟁. 당시 프랑스의 도시 '칼레'가 영국군에게 포위됐다. 영국군은 그동안 프랑스군이 대항한 것에 대한 책임으로 시민 대표 6명의 처형을 요구했다. 대신 모든 시민들의 생명을 보장해주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의 목숨을 쉽게 내놓지 못했다.이 때 한 사람이 처형을 자처했다. 칼레에서 가장 부자였던 '외스타슈 드 생 피에르'였다. 뒤이어 귀족들이 처형에 동참해 교수대에 올랐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뻔한 6명의 귀족들은 그러나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시민들의 목숨을 살리려고 스스로 죽음을 자처한 여섯 명의 희생정신에 감동한 영국 왕 에드워드 3세가 처형을 중지한 것이다. 이 역사적인 사실은 사회 유명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이 됐다.최근 '경제민주화'에 대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찬반 양론이 뜨겁다. 시장경제에서 무조건적인 대기업 질타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중소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여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경제민주화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의 차이다. 경제민주화는 공정경쟁과 분배정의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하고 부자와 서민이 상생하는 경제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다. 반드시 이뤄야 할 일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위상이 커진 지금이 그 적기다. 하지만 중소기업도 경제민주화 실천을 요구하기에 앞서 사회공헌활동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도덕적ㆍ사회적 의무를 좀 더 강도높게 실천해야 한다. 지난해 매출 1000억원 이상을 달성한 벤처기업 수는 381개에 달한다. 평균 매출액은 2042억원, 평균 영업이익은 154억원이다. 반면 이들 벤처천억기업의 지난해 사회공헌활동에 기부한 금액은 평균 5200만원이다. 재능기부 활동에 동참했다고 하더라도 사회공헌활동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힘들다. 지난주 금요일 저녁 '쉐어피플(SharePeople)'이란 모임이 열렸다. 다른 사람들과 재능 및 나눔 기부를 실천하기 위해 만들어진 10여명 안팎의 모임이었다.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모여 문화공연을 함께 관람하고 자신이 가진 재능을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활동들을 고민했다. 모임 규모는 소박했지만 그 취지는 벤처천억기업들의 사회기부활동 보다 더 크고 값져 보였다. 쉐어피플 모임은 매출액 100억원대 안팎의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대표가 운영자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3년 째 나눔기부라는 사회공헌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경제민주화와 중소기업인들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지금, A대표가 말하는 '나누기'가 머릿속에 맴돈다. 나(나로 인해), 누(누군가에게 행복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기(기여할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나 자신의 사랑입니다). 김대섭 기자 joas1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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