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죽이기 바로 보자]책임경영이 위기에 강했다

리먼사태 직후 글로벌 100대기업 들여다보니…삼성·현대차·월마트 등 오너기업 비중 40% 육박

-경제 요동칠때 과감한 결단력이 기업 성패 좌우-최태원 SK 회장 '시나리오 경영', 세계 65위 도약-김승연 한화 회장 뚝심, 이라크 건설계약 일등공신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글로벌 경제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오너경영이다. 위기일수록 오너경영이 필요하다." <지난해 10월 '수요 삼성사장단회의' 강연에서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 발언> "오너경영 기업들의 가장 큰 장점은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을 하는데 있다. 위기가 왔을 때 과감한 투자가 가능했고 이를 통해 결국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지난 2010년 12월 미국 뉴스위크 특집판>글로벌 경제 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실험적으로 증명된 오너경영을 바라보는 대표적인 시각이다. 흡사 전문경영인 체제를 부정하는 듯한 이 발언에는 위기때마다 발현되는 오너경영 체제 기업들만의 '책임경영'이라는 경영철학이 묻어나 있다. 실제 오너기업의 위기 극복 능력은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전후로 전개된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증명됐다. 이듬해인 2009년 포스코경영연구소는 포춘지가 선정한 2008년 글로벌 100대 기업의 지배구조를 분석한 결과 오너경영 기업 체제인 기업이 36%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소가 꼽은 위기에 강한 오너경영 기업으로는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 기업과 포드자동차ㆍ도요타자동차ㆍ월마트ㆍBMWㆍ아르셀로미탈 등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포함돼 있었다. 또 기업 업력별로 분석한 결과 50년 미만의 기업들 중 오너경영 비율은 53.3%에 달했다. 리먼브라더스 파산 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오너경영 기업들의 경쟁력이 증명된 셈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이외에 오너경영의 장점이 실현된 기업 중 대표적 기업이 SK다. 최태원 회장이 현(現) 유럽발 부채위기 국면에 도입한 '시나리오 경영'도 위기 극복 과정에서 만들어진 산물이다. 지난 2007년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동향을 파악하던 최 회장은 SK경영경제연구소를 통해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도록 지시, 시나리오 경영의 기반을 다졌다. 당시 최 회장은 "지금처럼 대내외 변수의 변화가 빠른 시기에는 상황별 대응 전략을 짜 위기 상황에 맞서는 시나리오 경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SK는 '무조건 안하고, 줄이는 식'이 아니라 고통은 분담하되 할 것은 하는 'SK식 시나리오 경영'의 기틀을 갖췄다. 이 같은 시나리오 경영을 기반으로 최 회장은 부진불생(不進不生)이라는 글로벌 성장 전략을 설정, '국제화 제고'라는 화두를 그룹 경영 전반에 제시했다. 이후 주요 사업별로 글로벌 진출 전략을 수립해 주로 현지 사업강화와 수출확대 전략을 중심으로 모든 성장방향을 전환했다. 결국 SK는 최 회장의 시나리오 경영에 힘입어 지난해 1003억9400만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해 포춘 글로벌 기업 65위를 차지했다. 이는 사상 처음 100위권(98위)에 진입한 지난 2007년 이후 5년 만의 일로 지난 2010년 대비해서는 17계단 상승한 것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의) 시나리오 경영은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경영 환경에 탄력적이고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전했다. 유럽 위기에도 불구하고 해외건설 수주 역사상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운 한화도 오너경영의 묘미가 십분 발휘되고 있는 대표적 기업이다. 지난 5월30일 80억달러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의 본계약을 체결하는데는 김승연 회장의 뚝심경영이 일등공신으로 작용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화의 이라크 계약 체결로 우리나라는 근 반세기 만에 해외수주 5000억 달러를 돌파하게 됐다"며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는데 한 획을 그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대형사업이 난관에 봉착했을 때 결단을 내릴 수 있는 건 오너만이 가능하다"며 "한화의 이라크 프로젝트 역시 고비 때마다 김 회장이 직접 뛰고 결단을 내리는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에 최종성사까지 갈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실제 김 회장은 이라크 프로젝트의 규모, 국가적 이익과 상징성 등을 고려해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챙기고 관련 회의를 주관하는 등 프로젝트가 최종 수주될 수 있도록 직접 진두지휘했다. 회사 관계자는 "1970년대 중동 건설 붐이 일었을 때 태평양건설(現 한화건설)에서 해외사업 담당 임원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김 회장의 중동 사업에 대한 의지와 노하우가 없었다면 수주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 회장의 오너경영이 빛을 발했던 또 다른 사건이 대한생명 인수다. 지난 1997년 IMF 위기 이후 기반이 흔들렸던 대한생명을 인수한 후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도 안정된 경영구조, 건실한 재무구조, 업계 최강의 영업력을 기반으로 성장 국면으로 전환시켰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공적자금을 3조원씩이나 투입하는 등 부실이 심각해 어느 기업도 인수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며 "김 회장의 (대한생명 인수) 결단이 국가 금융산업 피해를 줄이고 가입고객 피해도 최소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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