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를 선점하라'..대선 주자들의 슬로건 열전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대통령선거는 한편으로 슬로건 싸움이다. 특히 무당파 유권자들에게는 특정 후보를 인식하는 데 슬로건이 큰 영향을 준다. 대선주자들이 캠프에 메시지 담당팀을 별도로 두고 슬로건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좋은 슬로건'의 기준으로 보편성과 선명성의 균형, 기존 이미지와의 조화 등을 꼽는다. 현 정권의 취약점, 즉 유권자들의 불만을 읽어 파고드는 것도 중요하다.내주 초쯤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슬로건에는 '국민'과 '행복'이라는 키워드가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출마선언 당시 '우리나라 대통령'을 내세웠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슬로건을 새로 만들고 있다.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는 문제인식 때문이다. '함께'라는 키워드를 슬로건에 담는 방안이 캠프에서 심도있게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선에 나선다면 그간 각종 강연에서 강조해온 '원칙'과 '상식'이라는 메시지를 슬로건에 담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안 원장의 대변인격인 유민영 한림국제대학원 교수는 정치컨설팅업체 피크15커뮤니케이션 대표로 일한 메시지기획 전문가다.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은 "유력 주자일수록 보편성과 안정감에 초점을 맞춘 슬로건이, 상대적으로 열세이고 반등이 필요한 주자는 선명성에 초점을 맞춘 슬로건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실장은 수도권과 중산층에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의 '저녁이 있는 삶'을 예로 들었다.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가난한 대통령, 행복한 국민', 정몽준 의원은 '키다리 아저씨의 꿈 : 위대한 국민과 함께 새로운 희망을 만들겠습니다'를 내걸고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의 슬로건은 '위대한 대한민국을 향한 행진으로의 초대'가 슬로건이다. 정세균 민주당 상임고문은 '빚 없는 사회와 편안한 나라'를 내세웠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서민'이나 '평등'이라는 키워드를 구상중이다. 박태진 전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대선주자들의 슬로건은 기업이 상품의 브랜드이미지를 창출하기 위해 광고하는 것과 같다"면서 "긍정적이고 효과적인 슬로건을 사용하면 소비자(유권자)들은 연상작용을 통해 호감을 갖기 쉽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또 "유권자들을 사로잡으려면 잘 각인될 수 있는 슬로건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군사정권 이후 등장한 대통령들의 '성공한 슬로건'에는 이런 요소가 녹아들어있다. 14대 김영삼 대통령은 후보 시절 '신한국 창조'를 내세웠다. 노태우 정권이 민주적 절차로 출범하긴 했으나 실제로는 군부의 연장선으로 인식된 점을 공략한 결과다. 맥락이 같았던 김대중 후보의 '이번에는 바꿉시다'보다 보편성이 더 많이 확보됐다는 분석이다.김영삼 정부 말기에는 IMF 구제금융 사태로 대중의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 그만큼 안정감과 위기관리능력이 절실했고, '준비된 대통령'을 외친 김대중 후보가 15대 대통령에 올랐다. 이회창 후보의 '깨끗한 정치, 튼튼한 경제'는 어젠더로서의 절실함이 상대적으로 약했다는 평가가 많다.16대 노무현 대통령의 슬로건 '새로운 대한민국'은 권위주의와 기득권 청산이라는 시대정신을 반영했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슬로건이기도 하다. 이회창 후보의 슬로건은 '나라다운 나라'였다. 윤희웅 실장은 "슬로건은 후보의 인생역정이나 이미지와 부합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새로운 대한민국'은 기득권이나 지역주의, 구시대 정치에 맞서온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인생 전반과 맞아떨어지고 이를 어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슬로건이었다"고 평가했다.'경제살리기'가 압도적 화두였던 17대 대선에서는 이명박 당시 후보의 '국민 성공시대'가 정동영 후보의 '가족이 행복한 나라'보다 선명성ㆍ보편성 등 모든 면에서 앞섰다는 해석이다.김효진 기자 hjn2529@<ⓒ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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