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어가 되리 시즌 2
<div class="blockquote"><u>국이 참 맛나데이</u>1. 그래, 이 맛이야!2. 난 아무 말도 못 들은 거 같은데? 안 들려, 안 들려. 아이구, 내가 잘못 들었나~ cf. 에미야, 국이 짜다
교과서 한 번 안 들춰보고 시험에 임했던 중학생 시절, 윤리 주관식 답안지에 일단 쓰고 보는 문장이 있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수많은 고충 가운데 하나는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살 수가 없다는 점이다. 듣는다는 것은 말이나 행동에 비해 훨씬 수동적인 행위이지만 자신이 아닌 오로지 타인의 의지로 인한 발화를 견디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면에서 종종 높은 피로도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SBS <추적자>의 강동윤(김상중)은 “하기 싫은 일을 웃으면서 할 수 있을 때 어른이 되는 거야” 라고 말했지만, 강동윤의 장인어른이자 상전인 서 회장(박근형)은 검찰총장도 국무총리도 “욕 봐라. 욕 봤다” 한 마디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이 나라 어른 중의 상어른이기에 하기 싫은 일을 웃으면서 안 한다고 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 특히 밥상머리에서 이루어지는 가족 간의 대화에서 그는 원치 않는 주제 혹은 인물이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건너뜀으로써 자신을 중심으로 한 사회를 재구성한다. 앞서 언급한 “에미야, 국이 짜다”가 국의 염도에 대한 팩트를 제시하는 것만으로 ‘간 하나 제대로 못 맞추느냐’라는 질책, ‘소금 좀 가져오라’는 명령, ‘기분이 언짢으니 알아서 기어라’는 암시 등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방식이라면 “국 참 맛나데이”는 상대의 말을 끊고 화제를 돌리면서 ‘듣기 싫으니 고마 해라. 계속 해도 어차피 안 들어줄란다’라는 무시와 거절 의사를 동시에 드러내는 화법이다. 그러므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장인어른”이라고 정색했을 때 상대가 “올해는 장아찌가 참 잘 됐다. 함 무 봐라” 혹은 “오늘 나물 무침이 좀 싱겁데이. 여 간 좀 다시 봐 온나”로 넘어간다면 그 시점에서 ‘이번 상은 망했어’라는 현실을 빨리 깨닫는 것이 좋다. 혹시나 싶어 계속 엉겨 봐야 “40년 전 중동 붐이 일 때 말이다...” 혹은 “내가 열아홉 살 때 말이다...”로 시작되는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으니까 스물일곱 이건희처럼 신화는 없다> 류의 성공시대 회고록이나 듣게 되어 있다. <hr/>용례 [用例] * 아침상에서 “시집가” 소리 세 번 들은 딸 결국... 엄마, 국이 참 맛나데이. 여 한 사발 더 주라!* 꼬리곰탕이 참 맛나데이. 꼬리는 뚝 잘라 여야 제 맛이다 안 카나. * 아메리카노가 참 맛나데이. 아-메-리-카-노! 노-! 노!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10 아시아 글. 최지은 five@<ⓒ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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