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기자
1. 계단집에서 가장 매력적인 공간인 상층 응접실. 거실과 달리 아늑한 느낌을 전달한다. <br /> 2. 상층 응접실에서 옥상으로 올라가는계단. 채광창을 통해 빛이 전달되는 느낌이 좋다. <br /> 3.오섬훈 대표의 서재. 이 공간은 창문만 열면 자연풍경을 그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br /> 4. 주방공간은 세탁실과 테라스까지 동선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집은 커뮤니티다. 모여서 눈을 마주치고 대화한다. 이는 집이 가진 최소한의 강점이다. 집의 가치나 역할은 엄청나게 크고 넓다. 사람의 감성을 키우고 지성을 닦는 가장 편안한 공간이기도 하다. 화합하고 도모하면서 ‘가족’이 탄생되고 가장 끈끈한 네트워크를 만들어낸다. 서울 혜화동의 계단집에 들어서는 순간 이같은 생각들이 동시에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계단집’은 건축사사무소 어반엑스 오섬훈 대표의 자택이다. 이 건물은 지하층(지층)과 1층은 어반엑스 사옥으로 사용하고 2층은 원룸, 3층은 자택으로 만들었다. 건물은 총396㎡(120여평), 자택은 112㎡(34여평)이다. 사무실인 1층은 이른바 반계단층 올라간 반층구조로 만들어졌다.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서 이런 구조가 탄생했지만 공간감이 일반 사무실보다 휠씬 높다. 반층구조는 2층에서 근무하는 효과는 물론 1층과 합쳐지면서 공간을 더욱 넓은 효과를 발휘했다. 지하층(지층)은 공간감을 거의 상실한다. 건물 앞뒤와 1층에 채광창을 설치하면서 사실상 1층과 2층에서 근무하는 이상효과를 만들어냈다. 지층에는 야외 테라스를 만들어 채광과 통풍효과를 극대화 한 것도 이런 이유다. 이런 구조에는 ‘계단’의 효과가 크다. 어반엑스의 모든 공간은 계단으로 연결됐다. 지층과 3층까지 오묘하게 뻗은 이 계단은 마치 건물을 휘감고 있는 느낌을 전한다. 계단은 3층 주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다시 옥상으로 이어진다. 이 주택을 ‘계단집’으로 부르는 이유다. 이 계단의 시작과 끝이 재미있다. 계단의 시작은 건물 입구부터지만 사실상 ‘동네’ 입구로 볼 수 있다. 어반엑스 앞 자그마한 화단은 주민들의 휴식장소로 활용되면서 계단의 시작은 넓다. 집안 곳곳에 만남과 대화의 공간 절묘한 배치어반엑스가 계단집이라고 부르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층과 층을 연결하는 단조로운 구조가 아닌 ‘만남’을 구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단 곳곳 서로 얼굴을 마주칠 수 있는 유리구조다. 이 유리창에는 간단한 문양도 눈에 띈다. 사람들이 눈이 마주칠 때 어색함이나 머쓱함을 없애기 위해서다.3층은 더욱 더 재미난 구조를 띠고 있다. 천정과 슬라브가 모두 15도 이상 각도로 꺾여 있다. 일조권을 위해 경사면으로 설계된 탓이지만 오히려 단조로운 구조를 벗어나 지루함을 없앴다. 3층 주택은 큰방과 작은방 3개로 만들어졌다. 복층구조 형태 역시 ‘계단’으로 옥상까지 이어지는 구조다.1. 작은방은 경사면 설계로 채광이 훌륭하고 공간감을 극대화 했다. <br /> 2. 거실과 상승으로 이어지는 계단. 기존 복층구조 형태지만 경사면 설계가 눈길을 끈다. <br /> 3. 안방 역시 천정이 경사면으로 만들어졌다. <br /> 4. 아이들이 사용하는 작은방은 직접 설계에 참여했다. <br /> 5. 2개의 작은방은 테라스가 연결됐다.
각 방 마다 채광이 훌륭하다. 경사면 구조에 채광창이 직선이 아닌 경사구조로 만들어져 빛을 더욱 더 많이 흡수하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이런 채광창 때문에 공간감이 매우 좋다. 우선 안방은 물론 3개의 작은 방은 일반 아파트에 비해 작은 편이지만 채광창을 넓게 설치하면서 공간이 더욱 커졌다. 이런 효과에는 가구도 한 몫했다. 오 대표는 집을 설계할 때 각 공간마다 가구까지 직접 챙겼다. 부피가 큰 가구는 오히려 공간을 방해하기 때문에 사람 키를 넘지 않는다. 계단집은 주방도 매력적인 요소 중 하나다. 주방은 세탁실과 작은 테라스 그리고 식탁까지 한 동선으로 연결했다. 오대표의 부인이 직접 설계에 참여할 정도로 이 공간에 정성을 들였다. 흥미로운 것은 일반 중형아파트에 비해 작은 주방이지만 크고 넓어 보인다는 점이다.1. 계단집의 끝인 옥상 테라스. 나무 바닥재를 사용해 일사열을 방지하도록 했다. <br /> 2. 사무실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불투명 소재를 사용해 은은한 빛을 전달한다.<br /> 3. 어반엑스의 지층은 공간감이 가장 좋은 곳이다. 사방으로 채광창을 설치해 빛의 밝기가 가장 좋다. <br /> 4. 계단집의 특징은 공간 곳곳이 똑같은 곳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계단집의 가장 큰 매력은 작은방 중간에 꾸며진 작은 응접실이다. 옥상으로 연결되는 이 공간은 휴식과 함께 주변 풍경을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비가 올 때 이 응접실의 효과는 배가 된다. 가족들이 모여 앉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옥상은 또 다른 만남의 장소다. 모든 경사면이 모아지고 계단의 끝인 이곳은 혜화동 주변을 모두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바닥은 나무 바닥재를 사용해 옥상의 일사열을 막고 가족 혹은 게스트들과 함께 자그마하게 파티를 열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했다. 계단집의 매력은 항상 만남이 이어지고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 이런 공간은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든다.이렇게 설계했다 | 오섬훈 건축사사무소 어반엑스 대표&건축사“집은 공간과 공간을 잇는 매개체가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