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리더學]센 놈하고 붙을 땐 '옆구리 몰아치기'

三國志經營-3. 박망파 전투 속 승리의 법칙[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흔히들 '17대 1로 싸워 이겼다'는 표현을 하곤 한다. 오늘날 남자들의 대표적인 허풍으로 꼽히는 표현이지만 삼국지연의에는 1000 대 1로 싸워 승리를 거둔 전투가 묘사된다. 후한 말기, 유비가 삼고초려로 맞아들인 제갈공명이 첫 출전한 '박망파 전투'다.
제갈공명 '박망파 전투' 1000대 1 싸움거미줄처럼 매복…조조 10만대군 제압 당시 유비에게는 관우, 장비와 같은 명장수가 있었다. 이들은 그 누구보다 1 대 1 전투능력이 뛰어나지만 조조의 대군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공명과 같은 전략이 뛰어난 자가 필요했다. 결국 위나라와 오나라의 허를 찌르는 공명의 비책은 유비군 한 명이 조조군 1000명과 싸울 수 있게 만들었다. 조조의 10만대군이 유비가 있는 신야로 쳐들어오던 때 유비의 군은 겨우 수천에 불과했다. 양측의 무기성능은 비슷했다. 승패를 가르는 것은 바로 병사 수였다.  전투에 앞서 공명은 관우와 장비에게 군사 1000명을 주며 각각 박망파 왼쪽의 예산, 안림 뒤쪽 산골에 매복하게 했다. 또 관우의 양자 관평과 유비의 양자 유봉에게도 군사 500명을 주며 박망파 뒤 양쪽에 매복케 했다. 남은 군사 500명은 미축, 미방과 함께 신야성을 지키기로 했다. 전 군대를 동원해도 모자랄 판에 이 같이 군사를 쪼개자 관우, 장비를 비롯한 많은 장수들이 반발한 것은 물론이다. 조조의 대군은 자그마치 10만이다. 먼저 조조의 맹장 하후돈과 유비군의 장수 조자룡이 맞섰다. 수세에 몰린 조자룡의 군대는 박망파로 불리는 좁고 험한 길로 도망가기 시작했고 하후돈의 군대는 이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사실 이는 공명의 지시를 미리 받은 조자룡이 그들을 함정으로 유인한 것이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유비 군의 승리다. 가마 한필이 간신히 다닐 정도로 좁았던 박망파의 지리적 상황을 이용한 공명의 전략은 결과적으로 10만대군을 깨뜨리는 승리를 가져왔다. 삼국지연의에는 다음날 하후돈이 장수와 군사들을 모아 돌아갔으나 군사를 태반이나 잃고 마초, 군량까지 다 타버려 남은 것이 없었다고 묘사한다. 조조의 군대는 이 전투에서 3만 이상을 잃은 것으로 전해진다. 박망파 전투는 현대기업의 전략과도 자주 비교된다. 특히 '란체스터 법칙'이 그대로 재연됐다는 평가가 다수다. 란체스터 법칙은 영국의 항공학자 프레더릭 란체스터가 제1차 세계대전의 공중전 결과를 분석하면서 발견한 근대전쟁의 법칙이다. 당시 란체스터는 공격능력은 병력과 무기성능으로 정해지고 병력이 많을 수록 생존자가 더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성능이 같은 아군 전투기 5대와 적군 전투기 3개가 공중전을 벌일 경우 살아남는 아군 전투기는 2대가 아닌 차이의 제곱인 4대가 된다는 것으로, 전력 차이의 제곱만큼 힘의 격차가 벌어진다는 설명이다. 언뜻 보면 란체스터의 법칙은 싸움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단순한 힘의 원리를 설명한다. 그러나 이 안에는 비밀이 있다. 이 법칙은 강자와 약자가 동일한 장소, 동일한 무기, 동일한 방법으로 정면대결을 벌였을 경우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다. 만약 약자가 전투 조건을 달리 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셈이다. 이 법칙에 따르자면 조조군은 전투에서 절대 질 수 없었다. 하지만 공명은 란체스터 법칙을 거꾸로 조성해 수적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란체스터 법칙에서 말하는 병사의 수는 지금 싸우는 병사만을 의미한다. 즉 싸우는 장소에 따라 10만대군은 1000명이 될수도 있는 셈이다.  공명은 10만 병력의 조조군을 좁고 험한 길로 유인해 싸움에 가담하는 실제 병력을 극소화시켰다. 적 전체가 아닌 적의 일부와 싸우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약자는 정면승부가 아닌 국지전을 전개해야 한다는 교훈이 여기에 있다.  시대를 막론하고 강자가 원하는 싸움은 전력을 총동원한 한판승부다. '정정당당하게 싸우자'라는 말에 오기로 정면대결을 펼친다면, 약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패배다.  란체스터의 전제조건을 뒤집어라. 강자의 전략을 분산시켜 하나씩 각개 전투를 펼치는 것이다. 긴 방어선 어딘가에는 반드시 약점이 있기 마련이다. 처음부터 넓은 공터에서 싸우는 것은 이미 지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공명의 비책처럼 산 속 깊이 숨어서 강자를 좁은 계곡 안으로 들어오게끔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전투에 앞선 약자의 고민은 강자의 무기를 어떻게 무력화시킬 것인가이다. 이는 경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대형 경쟁사의 취약부문을 찾아 이를 집중공략하라. 그러면 적어도 그 부분에 있어서는 강자가 될 수 있다. 지역을 좁혀 경영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면 강자와도 맞붙을 수 있는 여지는 생긴다. 이후 특정 지역에서 1위를 차지하면 다른 지역으로 전장을 옮겨 차례로 상권을 넓히는 식이다. 반대로 강자라면 약자의 국지적 공격을 피하고 전면전으로 유도해야한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는 처음부터 전체 항공업계가 아닌 비행시간 6시간 이내 거리의 항공권을 기존 항공사 대비 훨씬 저렴하게 선보인다는 '좁은 범위'에 집중했다. 먼저 제주노선 등 국내선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 후, 차례차례 단거리 국제선 시장에서 영역을 넓히며 수익성을 높여가고 있다.  다른 예로는 KFC가 일본 진출 시, 전체가 아닌 중부지역만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것을 들 수 있다. 또한 오늘날 빛을 발하고 있는 대다수 강소기업들은 대기업 진출분야에서 이들과 전면적으로 맞서기보다는 각 부문의 전문분야를 정하고, 질로 승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이클 포터 역시 경영전략이라는 책을 통해 약자가 강자에 맞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다음 3가지를 제안한다. 상품을 차별화시키거나, 동종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거나, 틈새시장을 찾는 것. 박망파 전투에서 공명의 전략은 두 가지로 마무리된다. 유리한 국면에서 싸움을 전개하라. 약점을 극복하고 선택하고 집중하라.도움말: 현대경제연구원조슬기나 기자 seul@<ⓒ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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