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태희 재외선거관 '민주주의 가치, 표값으로 계산해서야…'

[워싱턴=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예상보다 낮았던 투표율은 아쉽습니다. 하지만 재외선거에 들어간 돈은 민주주의 비용입니다. 가치를 표값으로만 따질 수야 있나요?"지난 19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총영사관에서 만난 정태희 미주지역 총괄 재외선거관은 첫 재외국민투표 이후 번지는 '투표 무용론'이 안타깝다고 했다. 4·11 총선에서 집계된 재외국민 투표율은 총 유권자(223만3193명 추정)의 2.5%(5만6456명) 수준. 미국에만 86만6166명의 유권자가 살지만, 미주 지역 투표자는 1만753명에 그쳤다. 지난해(80억원)와 올해(213억원) 총선 관리비용으로 들어간 예산이 293억원. 국내에선 1인당 약 60만원꼴의 '참 비싼 투표'를 했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재외선거관 55명의 2년간 주택임차비 105억원을 더하면, 투입 대비 산출은 초라한 게 사실이다. 과거 대선에선 40만표 차이로 당락이 갈렸다. 산술적으론 재외 유권자의 20%만 투표에 참가해도 판세를 가를 수 있다. 높은 관심 속에 시작된 재외선거가 이렇게 외면 받은 이유는 뭘까. 정 선거관은 "투표를 위해 반드시 공관을 2번 방문해야 하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했다. 재외선거에 참여하려면 부재자 등록을 위해 한 번, 투표 당일 또 한 번 공관에 나가야 한다. 정 선거관은 "광활한 미주 지역 전역을 커버하는 재외선거 공관의 수가 10개이니, 공관에서 멀리 사는 유권자들은 생업을 포기하고 길을 나서야 투표를 할 수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그는 "영주권자의 경우 '사람'아닌 '정당'에 투표해 비례대표만 선출하게 돼있는 것도 참여 의지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고 봤다. 정 선거관은 따라서 "투표율을 끌어올리려면 공정성이 보장된다는 전제 아래 유권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투표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선거관은 먼저 "일본처럼 영구 명부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현행 선거법은 '수시 명부제'를 채택하고 있다. 선거가 있을 때마다 명부를 만들라는 얘기다. 재외국민들은 총선에 참여했더라도 12월 대선 때 다시 등록 절차를 밟아야 투표할 수 있다. 총선 때 두 번, 대선 때 두번.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겹치는 해에는 모두 네 번을 공관에 나가야 한다. 정 선거관은 이와 함께 "순회투표를 허용하거나 간이 투표소를 늘리는 등 찾아가는 서비스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재외선거관들이 멀리 살거나 거동이 불편한 교민을 직접 찾아가 투표를 받자는 얘기다. 그는 나아가 "재외선거관 상주화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했다. 정 선거관은 "재외선거가 자리를 잡으면 지금처럼 55명이나 되는 재외선거관을 내보낼 필요는 없지만, 현지 교민들의 사정과 관심사를 제대로 반영하려면 거점 지역의 재외선거관이 상주하며 여러 정보를 축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연미 기자 chang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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