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대법원이 가정불화로 별거 중이던 배우자라 할지라도 국민연금공단의 유족연금 지급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15일 대법원 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지난 2008년 사망한 백모씨의 딸이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계모인 이모씨에 대한 “유족연금지급결정을 취소하라”낸 소송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재판부는 유족연금 지급대상의 예외를 규정한 국민연금법 시행령의 ‘배우자의 경우로서 가출·실종 등의 사유로 명백하게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자는 인정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에 대해 “가입자 사망 당시 명백하게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를 예시적으로 규정한 경우”라며 “모법의 위임이 없거나 그에 반하는 무효의 규정이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재판부는 원심이 이씨를 유족연금 지급 대상으로 판단한 데 대해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백씨와 이씨는 각각 기존 배우자와 이혼한 후 지난 2003년 서로 재혼했다. 그러나 자녀양육문제 및 부동산 투자 등의 문제로 갈등을 겪던 두 사람은 2007년부터 별거에 들어갔다. 백씨는 이씨에게 이혼을 요구했으나 서로 혼인 파탄의 책임을 미루며 혼인 관계를 유지한 상태에서 이듬해 2월 사망했다. 이에 백씨의 자녀들은 “배우자 잘못으로 혼인생활이 파탄에 이른 경우 연금수급권자인 유족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며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유족연금지급결정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냈다.앞서 1심은 “백씨는 이씨에 대한 생활비 지급을 중단하고 연락을 거의 하지 않고 이씨도 백씨의 소지품을 거처로 돌려보내고 직장생활을 하는 등 따로 생활해 혼인관계가 사실상 파탄상태에 이르렀다”며 “이씨가 백씨가 사망할 무렵 백씨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던 배우자에 해당하지 않아 국민연금수급자가 아니다”고 판단해 원고 승소판결했다.2심은 그러나 “민법 규정 등에 비춰 법률상 배우자 사이에는 혼인 기간 서로 부양할 의무가 인정되며 국민연금법의 취지가 행정청이 혼인이 파탄되었는지 여부까지 심사해 국민연금법 수급 여부를 결정할 권한을 주었다고 보이지 않아 백씨 자녀들의 주장처럼 확대해석할 수 없다”며 1심을 뒤집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2심은 별거 중에도 이씨가 백씨의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백씨가 이씨의 생명보험료, 휴대전화 사용료 등을 대신 납부한 점에 비춰 “불화를 겪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혼인이 파탄에 이르러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준영 기자 foxfur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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