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역의존도 100% 육박'이 주는 경고

무역의존도가 100%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지식경제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1164억달러, 수입과 수출을 더한 무역액은 1조823억달러였다. 따라서 GDP 대비 무역액의 비율인 무역의존도가 97%에 이르러 종전 최고치인 2008년의 92%를 뛰어넘었다. 2009년 미국발(發) 국제 금융위기의 여파가 완화되면서 82%로 낮아졌다가 그 뒤로 다시 올라 지난해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우리 경제의 규모와 위상에 비추어 97%의 무역의존도는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경제 규모가 우리와 비슷하거나 더 큰 나라 중에 우리보다 무역의존도가 더 높은 나라는 없다. 미국과 일본은 20% 전후, 중국은 40%대, 독일은 60%대다. 우리의 무역의존도도 1980년대 초에는 30%대였는데 그 뒤로 빠르게 상승했다. 정권별로 보면 김대중 정부 때는 50%대, 노무현 정부 때는 60%대였는데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 90%대로 껑충 뛰었다. 무역의존도가 과도하게 높다는 것은 그만큼 해외의 불확실성이나 위험에 국가 경제가 취약하다는 뜻이다. 세계 경제 상황이 순조롭고 우리의 무역이 빠른 속도로 늘어날 때는 높은 무역의존도가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지렛대 역할을 해준다. 그러나 세계 경제 상황이 불투명하거나 악화하는 경우에는 정반대다. 높은 무역의존도는 해외 불황이나 위기의 영향력을 증폭시켜 국내 경제가 큰 타격을 받게 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무역의존도가 급등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경제 성장이 수출 대기업 위주로 이루어지고 중소기업과 내수 부문은 상대적으로 위축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발효된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과 지난달 발효된 한ㆍ미 FTA는 경제활동의 축을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내수 부문에서 수출 부문으로 더욱 쏠리게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우리 경제는 해외 변수에 더 쉽게 흔들리는 체질로 변할 수 있다. 100%에 바짝 다가선 무역의존도를 급박한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해외발 충격 흡수 여력의 필요성을 고려하면 우리에게 적절한 무역의존도는 60% 정도일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내수경제 규모를 획기적으로 확대해 무역과 내수가 균형을 이루도록 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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