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휴대폰 단말기 자급(블랙리스트) 제도 시행을 앞두고 가격 거품을 뺀 저가 스마트폰이 유통되길 바라는 정부에 이동통신사와 단말 제조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용자가 직접 단말을 구입한 뒤 통신사에 가입해 쓰도록 하려면 현재의 고기능ㆍ고가만이 아닌 저사양ㆍ중저가 제품이 나와야 한다는 게 방송통신위원회의 논리다. 이에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시책에 맞춰 저가 스마트폰 생산을 강요하는 것은 억지라고 관련업계는 맞서고 있다. 지금까지는 통신사에 사전 등록된 휴대폰에 한해 개통됐지만 5월부터는 어떤 휴대폰이든 가입자식별장치(USIM)를 꽂으면 쓸 수 있다. 굳이 통신사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휴대폰을 사지 않아도 돼 유통 경로가 다양해지고 휴대폰 값이 떨어질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통신사가 보조금을 미끼로 고액 통신요금제를 강요하기도 어려워져 가계의 통신비 부담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단말기 자급 제도가 정착되려면 통신사 대리점에서 구입할 때보다 휴대폰 가격이 싸야 한다. 그런데 단말 제조업체들은 고급형을 선호하는 국내에선 저가형이 통하지 않는다며 저가 스마트폰 생산을 망설이고 있다. 이는 통신사의 보조금 지급에 따라 그런 것이고 5월부터 새 제도가 도입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KT의 2G 서비스가 이미 종료됐고 다른 통신사도 2G 가입자에게 3G나 4G 전환을 권하는 상황에서 보다 싼 스마트폰을 사려는 고객이 늘어날 것이다. 단말 업체들은 이미 여러 저사양ㆍ저가 제품을 만들어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이동통신 3사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스마트폰이 100만원 안팎인 데 비해 삼성전자가 인도에 수출하는 갤럭시Y는 30만원대다. 소비자 선택권을 무시한 제품은 오래가지 못한다. 일부 대형 마트들이 새 제도 시행에 맞춰 해외 저가 스마트폰 수입을 포함한 휴대폰 직접유통을 검토하고 있어 TV처럼 '반값 스마트폰'이 등장할 날도 머지않았다. 가격 거품이 있다면 걷어내는 게 옳다. 단말 제조업체들은 고기능ㆍ고가부터 저사양ㆍ저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과 가격의 제품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 소비자도 달라져야 한다. 자신의 소득이나 제품 이용 패턴에 관계없이 고가ㆍ고기능 제품만 찾는 것은 합리적 소비가 아니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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