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회장, 나는 '헬퍼', 역할론 강조

[아시아경제 조영신 기자] 김정태 신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취임식을 갖고 본격 행보에 나섰다. 하나금융그룹을 직접 이끄는 김 회장은 금융지주 회장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금융지주 회장이 할 일과 지주 사장, 그리고 하나ㆍ외환 등 2명의 은행장 역할이 서로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김 회장은 "여타 금융지주와 달리 하나금융에는 2명의 은행장이 있다"며 역할론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했다.하나금융은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지분을 인수해 '2뱅크-2톱 체제'가 당분간 불가피한 상태여서 그의 역할론에 눈길이 간다. 김 회장은 "은행장은 지주의 야전사령관과 같은 존재"라며 "김종준ㆍ윤용로 행장 2인이 돋보여야 그룹 전체가 산다"고 말했다. 회장에게 쏠리는 권한과 시선을 분산시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KB국민과 우리 등 다른 금융지주의 지배구조와 CEO 역할을 염두에 둔 발언이기도 하다. 하나은행장이 해야 할 일은 김 행장이, 외환은행장이 맡아야 할 일은 윤 행장이 주도적으로 해나가야 그룹이 '2015년 글로벌 톱 50' 진입이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회장은 회장 직분에 맞는 일만 하면 된다는 게 그의 경영철학이자 지론이다. 몸을 한껏 낮춘 것으로 보이지만 톱으로의 포용력을 발휘하겠다는 의지 또한 강하다.그는 "지주사의 회장은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총사령관일 뿐 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회장이 이곳 저곳에 나서기 시작하면 그룹 전체가 올바른 길로 갈 수 없다"고 덧붙였다.그동안 그가 꾸준히 강조해 온 '헬퍼(Helper)'역할론도 모두 이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회장 직무실도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8층에서 별관 15층으로 옮겼다.예전처럼 회장 직무실(본점 8층)과 행장 직무실(본점 7층)이 가까이 경우 행장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회장과 행장이 어느 정도 거리를 둬야 은행장이 은행의 모든 업무를 마음놓고 총괄할 수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취임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선 '팔로우십(Followship)'을 강조한 바 있다. 강력한 리더십만큼 팔로우십이 중요하다는 것이다.외환은행 인수로 하나금융이 대한민국 2위 금융지주가 된 만큼 직원 스스로 그 규모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김승유 전임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에 따라 그동안 하나금융이 성장해 왔다고 전제한 그는 팔로우십을 통해 하나금융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다짐했다.행장 등 경영진은 각자 맡은 역할 부담을 통해, 회장은 팔로우십을 통해 직원들을 밀어주면 당초 목표였던 '2015년 글로벌 톱 50' 금융사 진입은 문제가 없다고 김 회장은 낙관했다.김 회장은 경영철학 이외에 인수합병(M&A)에 대한 본능도 드러냈다. 그는 "기회가 되면 해외 현지 은행을 추가 인수할 의향이 있다"고 M&A 의지를 분명히 했다.김 회장은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미국 소재 은행 인수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그는 보험사 M&A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도 밝혔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 계열사 포트폴리오상 보험부문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며 "구체적인 인수계획은 없지만 좋은 기회가 오면, 언제가 보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김 회장은 은행업무에 잔뼈가 굵은 영업통이다. 하지만 기자가 만난 김 회장은 2만3000명을 이끄는 하나금융 회장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지난 2006년 하나대투증권 사장을 시작으로 하나은행 행장(2008년) 등 7년째 금융 CEO(최고경영자)를 거치면서 닦아온 내공이 향후 그룹 경영에 어떤 식으로 투영될지 기대가 큰 것이다.조영신 기자 asc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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