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가짜 공화국 ⑥보험사기 판친다(상)보험약관의 달인 전문 브로커들, 공범 모집 후 사고요령 교육연령·직업군 따로 없이 가담자 늘어,,지난해 상반기만 3만명 적발[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국내 보험시장은 세계 7위 규모를 자랑한다. 2010 회계연도 기준으로 국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사들의 연간 보험료 총액은 132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게 마련이라고 했던가. 시장이 커지는 것과 비례해 보험제도의 취지를 무색케하는 보험범죄도 대형 전문화되고 있다. 특히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조직적으로 가짜 환자, 가짜 사고를 만들어 보험금을 타는 보험사기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나서 보험범죄를 4대 금융사기로 규정하고 근본 대책 마련에 나설 정도다. 이에 본지는 보험금 가짜 수혜자가 판치고 있는 자동차보험, 실손보험의 현 주소를 들여다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3회에 걸쳐 조명해보고자 한다. 지난해 12월 생활고에 시달리던 택시기사 등 109명이 고의로 자동차사고를 내고 5억원의 보험금을 타냈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주목할 점은 보험사기 전문 브로커가 '가짜 환자'를 모집했다는 것. 이 브로커는 전ㆍ현직 택시 기사들을 비롯해 불법게임장 종업원, 보도방 운영자, 화물기사, 대리운전사 등으로 이른바 '생계형' 사기단을 만들어 가짜 사고 요령을 치밀하게 교육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김 성 손해보험협회 보험조사팀장은 "브로커들은 보험 약관의 달인이라고 할 만큼 보험금 지급 규정의 허점을 꿰뚫고 있다"며 "업체별로 대응시스템 구축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을 위해서는 수사기관과의 공조가 더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車 보험범죄 적발금액 연 2000억원 넘어=2000년대 들어 자동차 보험범죄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자동차 보험범죄 적발 금액은 1081억 6000만원으로 전체 보험범죄 금액의 58.7%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보다 19.4% 늘어났다. 지난 2007년 1358억원 수준이던 자동차 보험범죄 적발액은 2008년 1779억원, 2009년 2236억원, 2010년 2001억원 등이다. 2007년 3만 922명이었던 가짜 사고 연루자도 2010년에는 5만 4994명으로 77.4%나 늘었다. 적발인원 기준으로는 전체 보험범죄의 80.6%에 이른다. 주목할 점은 경제활동인구의 주축인 30~40대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30대의 경우 8750명에서 1만 50003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내수 침체 장기화로 무직, 일용직 등 생계가 궁핍한 사람들이 보험범죄에 가담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난 것과 맥락이 닿아있다. 이종환 금융감독원 보험조사팀장은 "지난해 상반기 적발된 인원만 3만명이 넘는 데 실제 보험범죄에 연루된 인원은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며 "최근 들어서는 브로커가 개입돼 연령, 직업군을 가리지 않고 보험금을 편취하기 위한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범죄가 보험료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최근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자동차보험 입원 심사를 건강보험과 일원화해 불필요한 입원치료를 줄이기만 해도 연간 8564억원의 보험금이 줄어들 것이라는 내용의 용역보고서를 국토해양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짜 환자에 쓰인 보험금을 가입자에 돌려줄 경우 고객 한 명 당 5만 2431원의 자동차보험료를 줄일 수 있다. 이는 자동차보험 평균 보험료 69만 9000원의 7.6%에 해당한다. ◆업체 대비책 마련 분주하지만=자동차보험을 취급하는 손해보험사들도 보험금 누수를 최소화하기 위재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화재는 보험범죄 제보 포상금 지급 한도를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10배 인상했다. 보험범죄 제보 때 개인에 대해 적발금액의 10%를 지급하는 등 포상금 지급률도 대폭 올렸다. 동부화재는 지난해 9월 차체 계약 및 사고 등 데이터와 보험개발원의 사고 이력 데이터를 활용해 보험 청구 건의 범죄위험 정도를 지수화 해 직원에게 제공하고, 보험금 지급 완료 건을 모니터링하는 보험사고 위험예측 시스템(IFDS)를 구축했다. 특히, 과거 5년간 보험사고 데이터를 활용해 운전자 및 피해자 별 위장사고 발생가능 스코어를 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모방원 동부화재 SIU 파트장은 "IFDS 구축으로 보험범죄를 100% 예방할 수는 없겠지만, 범죄 발생 빈도를 상당 폭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하지만 보험범죄 관련 법이 강화해 국민 의식이 전환될 수 있도록 제도화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현대해상도 유사한 보험사기인지시스템으로 FDS(사후분석시스템)를 구축해놓고 있다.조태진 기자 tjj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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