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포스코 회장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지난달 30일,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내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49재에 참석했다.그가 고인에게 인사를 간 것은 지난해 2일 신년 인사회에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이 날에 맞춰 포스코는 사내 방송을 통해 창업자의 업적을 기리고,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는 특별 방송을 내보냈다. 또한 정 회장은 같은 날 열린 포스코 전 임직원의 모임인 중우회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선배들에게 새해 인사를 건넸다.지난달 17일 이사회를 통해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대되며 사실상 연임이 확정된 뒤, 정 회장은 "애국심을 갖고 일해달라", "더 크게 성장해 세계 최강의 포스코가 돼 달라"는 고 박 명예회장의 유훈을 실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다음달 16일 열리는 주주총회의 의결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정 회장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리는 CEO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향후 경영방침에 대한 윤곽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은 연임이 확정된 직후인 다음달 27일 열리는 포스코청암상 시상식에 창업자를 대신해 포스코 회장 중 처음으로 시상자로서 무대에 서게 된다.고인의 뜻을 실행하고자하는 그의 활동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정 회장과 최종태 사장 등 73명의 포스코 전 임원들은 자사주 총 4351주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과 최 사장은 각각 100주씩을, 다른 임원들은 50주에서 100주 내외를 매입했다. 2009년 취임 후 정 회장이 자사주를 매입한 것은 2012년 12월 10일 최 사장과 함께 사재 1억원을 들여 회사 주식을 매입한 이후 두 번째다. 전 임원이 모두가 주식을 사들인 것은 처음이다.CEO포럼에 이어 정 회장은 오는 13일부터 영국과 미국 등을 방문해 '해외 기업 설명회'를 직접 주재하고, 해외투자자들에게 올해 투자계획을 설명할 예정이다. 2012년 경영 구상을 밝히기 직전에 자사주를 매입한 것은 그만큼 회사에 대한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정 회장의 의도로 풀이된다.박 명예회장이 사업 확장과 함께 많은 공을 들였던 게 바로 주가였다. 국민기업 포스코가 좋은 성과를 내 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국민들도 함께 부를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정 회장도 지난 3년간 주가 관리에 많은 공을 들였는데, 한창 내리막길을 걷던 지난해 1월에는 이영훈 포스코 재무실장(상무)을 주요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등에 보내 시장의 오해를 풀라고 지시했다. 앞서 2010년 초 정 회장은 미국으로 날아가 주요 투자자중 한명인 워렌 버핏(4.5%대 주식 보유)을 직접 만나 버핏의 지갑을 넘겨받는 퍼포먼스를 연출했을 정도다.하지만 포스코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시원치 않다. 지난 2일 종가기준 포스코의 주가는 41만8500원을 기록했다. 취임 직후인 2009년 3월 6일 최저치였던 29만8000원에 비하면 정 회장의 임기 동안 상승했지만 2010년 1월 15일 기록한 최고가 63만3000원에 비하면 급락한 것이다.취임 첫 해만해도 급상승했던 주가가 나머지 2년간 하락 추세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 더 문제다. 2010년 당시 글로벌 철강업계중 가장 뛰어난 실적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맥을 못췄다. 포스코 자체적인 문제보다는 시장의 불신을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따라서 박 명예회장이 부재한 가운데에서 포스코 선장을 맡게 된 정 회장으로서는 새로운 3년 임기 동안 수익경영과 함께 주가를 통한 시장 신뢰 강화에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포스코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을 통해 포스코 경영진의 책임경영 수준을 오너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릴 것임을 보여준 것"이라며 "이는 창업자의 뜻을 실현한다는 취지와도 부합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채명석 기자 oricm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채명석 기자 oricms@ⓒ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