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인터뷰】백현진의 그림 그리기, 그 내밀한 세계

[아시아경제 채정선 기자]네 번째 개인전 '열세점 + 보너스(THIRTEEN PIECES + bonus)'

▲ 지평선 horizon 1-2 ,2010-2011, oil on canvas, 200x200

백현진은 1997년 밴드 ‘어어부’로 데뷔했다. 그는 어어부 활동을 이어오면서 동시에 미술과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업들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만도 40분가량의 <영원한 농담>을 연출했고, 홍상수 감독의 <북촌방향>에 출연했다. 지난 2009년에 <디 엔드>를 연출하고 2008년에는 <미쓰 홍당무> 음악 작업을 했다. 포털 사이트에 그의 이름을 넣으면 연출하거나 출연, 음악을 맡은 영화가 총 14건, 음악만으로는 9장의 앨범이 나온다. “나는 일을 많이 하고 싶다. 적어도 앞으로 십 년 동안은 전보다 더 많은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존경하는 예술가들의 리스트를 보니 작업량이 어마어마했다. 새삼 부지런하게 일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미술과 음악 관련해서 많은 작업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그는 내년 3월경에 최정화 작가와 함께하는 전시를 앞두고 있다.

▲ 백현진

노는 것 이상으로 그림 그리고 노래하는 것이 좋아 그는 하루 10시간 이상 그림을 그린다. ‘근육을 쓴다’고 하는 그림 그리기를 하루 10시간, 1년 반 정도 준비한 것이 이번 전시다. 그의 서교동 작업실에는, 전시 오픈 이후 그리기 시작했다는 그림 서너 점이 걸려 있었다. 맨 구석에 있는 그림을 가리키며, “아무리 즐겁게 하는 작업이라지만 몸이 상하더라. 그래서 이번에는 몸이 힘들지 않은 그림을 그려 봤다."고 한다. 완성되지 않은 그림을 보고서야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가 이다음 전시에서는 이번 전시과는 또 다른 그림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번 전시 타이틀은 ‘열 세점 + 보너스’다. 초상이되, 얼굴이라 할 수 없는 그림을 만날 수 있다. 그 초상의 이름은 ‘별똥별’ ‘지평선’ ‘수평선’이다. “제목 짓는 ‘맛’을 봤다. 새벽에 나와서 그림마다 이름을 붙여 준다. 물론 메모해두지 않는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에 다시 그 이름을 호명해본다. 그렇게 매일 호명하면서 기억나지 않는 이름은 버리고 새로 붙였다. ‘별똥별’은 형상을 보고 지었다. 눈썹 근처에 별똥별을 연상시키는 형태가 있으니까. 어떤 건 순전히 느낌 때문에 이름 붙여진 것도 있다.”

▲ 뭉게구름 cumulus, 2010-2011, oil on canvas, 200x200

안과 밖, 느끼기와 반응하기그림의 제목은 그의 이미지와 느낌과 많은 아침으로 이어져 있다. 이름 붙인 건 그였지만 ‘별똥별’ ‘-량’과 같은 최종 이름들은 그가 건져낸 것이 아닌 것처럼 마무리된다. 그의 그림 그리기 역시 그 혼자만의 결정이 아닌 일종의 ‘반응하기’와 같다. 덧대어진 그림, ‘수정’ 보다는 ‘그렇게 덧대어지도록 그림이 유도했다’는 것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에 더 정확할 것이다. “어제 넣은 검정색 컬러는 그냥 이런 식의 붓질을 해보고 싶어서였던 것 같고, 그림 한구석에 집어넣은 흰색에 가까운 밝은 색깔은 그 색깔이 필요하다고 빈틈을 내 주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려진 그림은 초상 같지만 초상이 아니다. 뭉그러진 얼굴이고, 얼굴보다는 붓질의 흔적이고 색깔이며 작가의 정신이다. 그는 최근 ‘나는 가수다’를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유명세가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평가는 도착한다. 세간의 평가는 그의 이해력을 발동케 할 뿐, 그가 반응하는 답신은 홍상수 감독처럼 긴밀하게 교류하는 이들에 한한다. “내 그림의 방향을 잘못 잡은 것 같진 않다. 다만, 이번 전시에서 홍상수 감독의 평을 듣고 싶었다. 그가 방향은 잡혀 있으니 차근차근 정리해 나가면 되겠다고 했다. 그의 말을 듣고 안심이 됐다.” 건강한 수순을 밟아 나이가 든다면 그동안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지 않겠냐는 작가. 매번 전시를 선보일 때마다 최선을 다할 뿐, 전시 기간에도 작가는 쉴 틈 없이 매진하고 있다.

▲ 별똥별 meteor, 2010-2011, oil on canvas, 200x200

백현진은 설명에 앞서 각자의 방식대로 그림을 느껴보길 원한다. 한 점의 그림 앞에선 가장 쉬운 말도 능사가 아니다. 백현진의 네 번째 개인전은 두산갤러리에서 12월 31일까지 볼 수 있다. 채정선 기자 es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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