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상파 PD들은 CJ E&M으로 갔나

요즘 방송가는 그야말로 ‘손 없는 날’이다. 다시 말해 ‘이직하기 좋은 날’이다. 올해 연말 jTBC, TV조선 등 종합편성채널은 개국을 앞두고 제작인력 확충에 나섰고, 다수의 케이블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CJ E&M 역시 제작역량 강화를 위해 지상파 PD를 영입하고 있다. 특히 CJ E&M은 KBS <해피선데이> ‘1박 2일’의 초기 연출자였던 이명한 PD, <해피선데이>의 이동희 CP,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을 연출했던 신원호 PD가 이적, ‘1박 2일’ 나영석 PD의 이적설까지 제기됐다. CJ E&M 측과 나영석 PD 모두 이 사실을 부인했지만, 지상파 예능국에서도 손에 꼽는 연출자가 CJ E&M으로 이적하거나 이적설이 제기되는 건 지금 CJ E&M의 위상을 보여준다.

tvN, Mnet,OCN, Olive 등 케이블 주요 오락채널이 CJ E&M에 포함돼 있다.

tvN, Mnet, 채널 CGV등 다수의 오락 채널을 보유하고 있던 CJ E&M은 OCN, 온스타일 등을 소유한 온미디어를 인수, 국내 최대의 케이블 채널 사업자로 거듭났다. Mnet < 슈퍼스타 K >같은 경우 최고시청률 21%를 기록할 만큼 엄청난 인기를 얻기도 했다.“CJ E&M은 음악, 영화, 게임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채널을 갖고 있고, 큰 제약 없이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CJ E&M 이덕재 국장의 말은 CJ E&M이 현재 가진 힘과 장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경우에 따라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고, 다양한 채널 덕에 채널의 이미지에 구애받지 않고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신생 종합편성 채널은 제작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많은 자본이 투입돼야 하고, 당분간 시행착오를 겪는다. 반면 CJ E&M은 <슈퍼스타 K > 등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이미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이덕재 국장은 “지상파 PD들이 케이블 와서 ‘본인이 해야 할 것이 많다’면서 깜짝 놀라지만 활기차게 일하고 있다.”며 최근 CJ E&M으로 이적한 예능 PD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CJ E&M은 지상파 예능 PD의 영입을 통해 지상파 방송의 제작 노하우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덕재 국장은 “프로그램의 질적인 측면을 기대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완성도가 높기 때문에 공중파에서 쌓은 노하우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 재능을 후배들에게 전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여기에 “단순히 프로그램만 만드는 게 아니라 기획단계에서부터 협찬사와 의견을 조율하는 등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콘텐츠가 비즈니스와 다름없기 때문”이라는 CJ E&M의 제작 마인드가 결합한 것이 CJ E&M이 원하는 컨텐츠의 방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상파의 ‘완성도’와 케이블의 ‘파격’, 또는 자유로움이 합쳐진 콘텐츠가 나오길 바라는 셈이다. 이미 결과물은 하나씩 나오고 있다. KBS <개그콘서트>를 연출했던 김석현PD는 tvN <코미디 빅리그>를 연출한다. 유세윤, 박준형 등 유명 개그맨이 각자 팀을 이뤄 개그대결을 하는 이 프로그램은 최종우승자에게 1억 원의 상금을 준다. 공중파의 <개그콘서트>에 최근 유행하는 리얼리티 쇼를 결합한 셈이다. 이명한 PD, 이동희CP, 신원호 PD의 프로그램은 이달 말 정도면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과거 케이블 TV가 지상파의 보완이나 대체제였다면, CJ E&M은 성격이 다른 또 하나의 거대 미디어로서의 콘텐츠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지상파와 종편 채널, 그리고 CJ E&M. 방송시장의 격변기에 그들은 각각 어떤 방식의 콘텐츠를 누구에게 맡길까. 그리고 연출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10 아시아 글. 박소정 기자 ninete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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