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조유진 인턴기자] '글로벌 공동 운명체'라는 키워드가 귀에 쏙 들어왔다. 3.11 대지진 이후 교훈을 삼아야 할 현실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 있다는 질문에 그는 다시 한 번 이렇게 말했다. "전 세계가 '글로벌 리스크 소사이어티(Global Risk Society)'에 접어들었어요."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만난 조한혜정(사진) 교수는 문화인류학자답게 이번 일본 지진으로 인류가 새로이 맞이할 미래사회의 모습을 미리 학습하는 기회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그만큼 문명사적으로 큰 전환점이 될 사건이라는 해석이다. 그는 "일본 대지진으로 원전 문제가 터지면서 각국이 개별적으로 해오던 위기대응이 '공동대응'으로 바뀌고 있다"며 "어떤 위기가 닥쳤을 때 이를 같이 풀어야 하는 문제로 인식하고 서로 소통하는 사회가 바로 '글로벌 리스크 소사이어티'"라고 했다. 일본 원전 문제를 두고 세계가 다 같이 나서서 대응책을 고민하고 구호 작업을 하는 과정이 글로벌 공동 운명체를 형성하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전 세계가 언젠가는 일본처럼 큰 위기에 마주칠 수 있기 때문에 일본 지진 사태를 남의 문제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지금이 다함께 글로벌 공동 운명체를 만들려는 시도를 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아직까지 일본의 문제를 공동의 문제로 인식하고 함께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별로 없다며 아쉬움을 나타낸 조 교수는 서로 도우며 소통해 나가는 글로벌 리스크 소사이어티를 만드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인의 침착한 대응을 둘러싼 논의와 관련해서는 "일본인들이 민족성이나 타고난 성향 때문에 지진에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건 오해"라며 좀 더 심층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은 큰 위기 앞에서도 침착한데 한국은 일만 터지면 온 사회가 시끄러워지는 것을 논할 것이 아니라 일본과 한국은 역사적 경험이 달라 세계관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아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조 교수는 이어 "일본은 근대화 과정에서 한국과 달리 식민지 시절을 안 겪었고, 종교의 영향으로 우주나 어떤 체계 속에 자신을 맡기는 정서가 강하다"며 "일본의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알면 정해진 체계에 따라 위기에 침착하게 대응하는 일본인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 다른 나라를 이해하는 방식이 현상 인식에 그칠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 역사를 좀 더 심층적으로 파고드는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조 교수는 말을 마치기 전 "일본 대지진이 여러 측면에서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이번 위기를 공동체 의식을 키워 글로벌 공동 운명체에 한 발 더 다가가는 기회로, 다른 나라를 제대로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기회로 여긴다면 다음 시대 인류가 살아가는 방향을 정하는 중요한 시점으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사회는 지금 일본 사회와 아주 비슷한 양상으로 가고 있다"며 앞으로 두 나라가 힘을 합쳐 풀어야 할 문제가 많을 것이므로 이번 사태를 '함께' 대응하는 법을 배우고, 서로를 '잘'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한혜정(64)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1971년 같은 대학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주리대 대학원과 UCLA에서 인류학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9년 귀국 직후 연세대에서 강의를 시작한 조 교수는 영국 캠브리지대 사회인류학과, 미국 스탠포드대 인류학과 객원 교수, 일본 동경도립대 인문학부 객원 교수를 지냈다. 조 교수는 한국 여성, 한국인의 문화적 정체성, 후기 근대 위험 사회, 아시아 문화, 글로벌 시민 의식 등에 대해 30년 넘게 꾸준히 연구해 왔다. 저서로는 '한국의 여성과 남성', '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글 읽기와 삶 읽기', '성찰적 근대성과 페미니즘', '처음 만나는 문화인류학' 등이 있다. 성정은 기자 jeun@조유진 인턴기자 tin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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