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지난 11일 일본 동북부 지역을 강타한 대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에 침착하게 대응했던 일본인들이 화났다. 천재지변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쳐도 원자력발전 사고에 대한 정부의 늑장 대응과 불투명한 상황 공개로 일본인들의 불안과 분노가 극에 달한 것이다. 미국과 영국은 후쿠시마 원전 주변 80km 안에 거주하고 있는 자국민들에게 대피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정작 일본에서는 반경 20km 이내를 철수 지역으로, 반경 20~30km를 실내 대피 지역으로 정해 놓고 있다. 정부의 말만 믿고 실내 대피를 택한 현지 주민들은 방사성 물질에 노출돼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다 식량과 물 부족으로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고 있다. 대피소에 머물고 있는 한 공무원은 "잔류 주민들의 불안과 분노가 극에 달했다"며 "식량 구호 요원들마저 방사능 오염이 걱정돼 현지 진입을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후쿠시마 제1원자로에 이상이 발생했던 12일 일본 정부는 "반경 10~20km 이내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위험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발표했다. "원자로 내부 압력이 안정되고 있다"며 주민 동요를 진정시키는 데 급급한 것이다. 하지만 원자로 연쇄 폭발로 지금은 식수마저 세슘ㆍ요오드 등 방사능 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방사성 물질 유출과 관련된 정보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조차 상황 판단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물론 세계 각국 정부도 일본에 관련 정보를 좀더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응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일본측 정보에 의존하고 있는만큼 불투명한 정보는 부실한 대응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세계는 사고 원자로 냉각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일본 정부를 향해 이렇게 묻고 싶을 것이다. 현재 방사성 물질 노출 수준은 어느 정도이고, 우리는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냐고.박선미 기자 psm82@<ⓒ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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