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은 그 규모와 파장 면에서 전 세계인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천재지변이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에 어떤 연쇄적인 파장을 일으킬지 예측하기 힘들 정도이다. 게다가 원자력발전소의 폭발 및 유해물질 누출 등의 소식은 또 다른 공포심을 자아내고 있다. 대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처참할수록 차분하고 질서정연한 일본 국민의 태도와 의식은 뚜렷한 대조를 이루면서 돋보이고 있다. 외국 언론에 비치는 일본 국민의 모습은 놀랍고도 감동적이다. 지진을 피해 호텔로비에서 잠을 자고 있던 일본인들이 자신들에게 식사가 제공되자 "저는 아직 괜찮습니다. 먼저 드세요"라며 서로 양보하는 모습,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노약자를 앞세워 질서정연하게 한 줄로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 등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국제컨퍼런스 참석차 일본을 방문 중이었던 한국 대학생은 외국인의 안전을 먼저 챙기고 자신의 차로 공항까지 데려다주는 일본 대학생 덕분에 무사히 귀국할 수 있었고, 일본에 경기를 하러 갔던 운동선수단 역시 일본 선수들의 희생적인 도움 덕분에 쓰나미를 피해 한국에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한다. 지진으로 내려앉은 도로에서도 일본 국민들은 신호를 지키며 운행하는 모습이었으며, 무엇보다 지진으로 극도의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도둑질이나 강도 등의 범죄가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세계인을 놀라게 했다. 어디 그뿐인가. 일본인들은 '할 일을 하기 위해 출근'했으며, 트위터를 통해 "담요가 필요하신 분은 연락하세요" "먹을 것이 있으니 나누어 먹읍시다" 등의 정보를 보내면서 기꺼이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 국민의 의연하고 침착한 모습을 보면서 '만약 우리나라에 이와 같은 정도의 일이 일어났더라면 국민들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과연 한 건의 절도 사건도 없이 질서정연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확신이 안 선다.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 역사적인 배경 때문에 애증이 교차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참사를 겪는 모습을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첫째, 이웃은 잘 되는 편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나와 가까운 이웃이 어려운 일을 당하거나 가난하게 사는 것보다는 기술도 발전하고 경제도 부강한 것이 우리에게 낫다. 부강한 이웃나라와 경쟁을 하면서 우리가 발전한다는 측면도 있고, 또한 우리가 도와줄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도 유리하다. 우리가 흔히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을 사용하지만 사실은 사촌이 가난한 것보다 땅을 가진 부자인 것이 더 낫다는 점은 다들 인정한다. 함께 잘 살면 더욱 좋다. 둘째, 일본 국민이 보여준 위기에 대처하는 의연한 자세, 성숙한 태도 등에서 우리가 보완할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일본 국민의 태도는 어린 시절부터 '남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교육을 철저하게 받았고, 또한 지진 등에 대비해 훈련을 많이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에게도 위기가 없으란 법은 없다. 우리 국민의 열정적인 특성이나 빠른 대응능력 등을 강점으로 활용하되 위기에서의 침착한 대응이나 질서정연함 등을 이번 기회에 좀 더 보완했으면 한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의 일본 지진 참사보도는 그런 측면에서 남달랐다. 일요일자 1면에 일본 국기를 싣고 붉은 태양 안에 일본어로 '힘내라 일본, 힘내라 도호쿠'라는 구호를 실었다. 그 아래 여백에는 영어로 'Don't give up, Japan. Don't give up, Tohoku'라고 썼다. 나도 그렇게 외쳐주고 싶다. '힘내라 일본.'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 교수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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