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그룹, 시장의 우려 씻어내야

[아시아경제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협상의 우선권을 쥐었다. 현대건설 채권단은 16일 현대그룹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현대그룹은 예상보다 최대 2조원을 웃도는 입찰가를 써내 경쟁자인 현대차그룹을 누른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의 평가점수 차이가 100점 만점에 1점 미만일 정도로 근소했다니 입찰가격이 결정적 역할을 한 셈이다. 스스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불렀던 현대그룹이 기업규모나 자금력에서 우월한 현대차그룹을 제치기 위해 예상을 뛰어넘는 입찰가로 승부수를 띄워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현대그룹이 실사를 거쳐 내년 2월 본계약을 체결하면 2000년 1차 부도를 내고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현대건설은 10년 만에 옛 주인의 품으로 돌아가게 된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로 단숨에 재계 순위 14위의 그룹으로 뛰어 오른다.  현대그룹으로서는 숙원을 풀면서 그룹 경영권에도 안전판을 확보한 셈이다. 그렇지만 성급하게 샴페인을 터트릴 때는 아니다. 현대건설 입찰결과가 발표된 후 증시에서 현대그룹 관련 종목의 주가가 급락하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장의 걱정은 막대한 인수대금이다. 채권단은 당초 현대건설 지분 34.88%의 매각가격을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포함 3조 5000~4조원 정도로 추정했다. 현대그룹이 써낸 가격은 이를 크게 웃도는 5조5100억원으로 알려졌다. 시장의 우려가 나올만 하다.  현대그룹이 풀어야할 과제는 가볍지 않다. 원활한 인수자금 조달로 재무적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현대건설을 성장시킬 비전을 제시하고 경영능력을 발휘해야 할 책무도 있다. 과거 기업인수에 성공한 후 과도한 인수대금 부담으로 위기를 맞은사례가 적지 않았다. 소위 '승자의 저주'다. 현대그룹은 재무적 투자자와 함께 현대건설 인수자금 여력을 둘러싼 시장의 우려를 명확히 불식시켜야 한다. 채권단도 본계약 체결때까지 자금과 경영 전반을 두루 살펴야 할 것이다. 현대그룹은 또 그룹 계열사와 현대건설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국내 정상의 현대건설이 글로벌 건설사로 우뚝 설 수 있는 청사진을 내놓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 그것이 현대건설을 되찾은 정당성을 입증할 수 있는 길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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