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동산 시장 '퇴로가 없다'

[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미국 주택시장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기존주택판매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급감하는가 하면 주택에 이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도 디폴트가 속출하고 있다. 주택판매 감소와 부동산 가격 하락이 동시에 진행되며 미국 부동산 시장이 더블딥에 빠질 것이란 경고까지 나왔다. ◆기존주택판매 '사상 최저'= 24일(현지시간) 전미부동산중개협회(NAR)는 미국의 7월 기존주택판매가 전월대비 27.2% 감소한 연율 383만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NAR이 집계를 시작한 지난 199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또한 13.4% 줄어든 465만채를 기록할 것이란 시장 예상보다 악화됐다. 지난해 동기에 비해서는 27%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높은 실업률과 경기회복세 둔화 우려에 잠재 주택구매자들이 주택 매입을 미루고 있다고 진단했다. 게다가 미 정부가 최초 주택 구매자를 대상으로한 8000달러 규모의 감세 혜택이 종료되면서 수요가 줄어들었다. 통상 저금리 시대에는 주택 수요가 늘어나며 주택시장이 경제성장을 주도한다. 그러나 30년물 고정 모기지 금리가 4.5% 아래로 떨어지며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저금리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잠재 주택구매자들이 직업이 없거나 저축이 충분하지 않아 주택매입을 미루고 있기 때문. IHS글로벌인사이트의 나이젤 고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와 주택시장이 미 경제를 주도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부양책 효과는 사라지고 있으며 주택 재고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7월 매물로 나왔으나 팔리지 않은 주택은 2.5% 늘어나 약 400만채로 불어났다. 현재의 주택판매 속도를 반영하면 재고가 청산되기까지 12.5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이는 10년여래 최장기간이다. ◆ 상업용 부동산도 '깡통' 신세= 주택시장에 이어 상업용 부동산시장에서도 디폴트가 속출하고 있다. 상업용부동산 가격이 모기지 대출금을 밑도는 깡통 신세로 전락하면서 사업상 이점을 위해 '전략적 디폴트'를 선택하고 있는 것. 쇼핑몰 개발업체 매서리치와 부동산 업체 보르나도 리얼티 트러스트, 미국 최대 상업용 부동산 개발업체인 사이먼 프로퍼티 그룹 등 상업용부동산 업체들은 모기지 납입을 중단했다. 보르나도는 최근 샌프란시스코 델몬트스퀘어의 커너리 모기지 1800만달러를 디폴트했다. 사이먼은 지난해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소재 팜비치몰에 대한 모기지 상환을, 매서리치는 지난달 달라스 소재 밸리뷰센터몰의 1억3500만달러 모기지 상환을 중단했다.이는 대출자들이 모기지 대출을 재조정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대출자들에게 깡통 신세가 된 건물을 넘기려고 하는 것이다. 자발적으로 부동산을 포기하는 이른바 ‘징글 메일’에 나서고 있는 것. 이들은 모기지 상환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디폴트를 선택하고 있다. 전략적 디폴트를 선택하는 것이 사업적으로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형쇼핑몰 개발회사인 터브만 센터의 로버트 터브만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 소재의 피어샵에 대한 1억3500만달러 규모 모기지 납입을 중단했다. 그는 피어 샵의 가치가 현재 5200만달러 정도일 것으로 추산했다. 부동산 가치가 모기지 대출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 것이다. 그는 “이는 경솔하게 내린 결정이 아니다”라며 “모기지 대출금과 부동산 가격 차이가 크다는 것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주택보유자들의 경우 디폴트를 선택하면 신용등급이 나빠지거나 대출업체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 있다. 그러나 상업용부동산의 경우 이같은 위험이 낮다. 게다가 투자자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 도이체방크의 부동산펀드 사업부문인 RREEF(리프)는 비소구부채와 함께 깡통 부동산을 처분했다. 즉, 은행들은 부동산 주인이 디폴트를 하더라도 소송할 수 없는 것. 상업용부동산 시장 조사업체인 트렙에 따르면 2014년 만기의 상업용부동산 부채는 1조4000억달러 정도인데, 약 52%가 깡통 신세다. 한 가지 문제점은 최근 몇 년동안 대형 상업용부동산 프로젝트 자금을 상업용부동산모기지담보부증권(CMBS)을 통해 조달해왔다는 것이다. CMBS는 수천명의 투자자 자금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은행에서 대출을 한 것보다 모기지 재조정에 어려움이 따른다. ◆주택시장 더블딥 위험= 지난 23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주택시장의 더블딥을 경고했다. 그는 “기존주택판매가 매우 악화돼 400만채 정도를 기록할 것”이며 “주택가격 하락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두가지 특징은 미국 주택시장이 더블딥에 빠졌다고 볼만한 요소”라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미 정부가 수백만달러를 쏟아붓는다 해도 실업률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주택시장 상황이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수민 기자 hyunh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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