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서 새로운 장묘 문화의 희망을 찾다

SK 장례문화센터에 가보니

故 최종현 SK 회장의 유지 따라 기부충남 장묘문화 개선에 큰 역할 기대

▲장례문화센터 전경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혹한이 주춤했던 지난 15일 서울에서 차로 두 시간 남짓 달려 충남 연기군에 도착했다. 거리 곳곳에 내걸린 현수막이 세종시를 둘러싸고 가열된 지역 민심을 체감케했다.연기군에서 다시 차로 20여 분 간 더 달리면 세종시 은하수공원 부지다. 세종시의 북쪽, 나즈막한 산이 둘러싸고 있는 이 곳이 고(故) 최종현 SK 회장의 유지가 숨 쉬고 있는 장례문화센터다.

▲최종현 회장은 평소 자신이 죽으면 화장해달라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SK그룹에서 세종시에 기부한 장례문화센터는 지난 12일 개장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스무번 넘게 화장이 진행됐다고 한다. 또 세종시에서 가장 먼저 완공된 첫 건물이라고도 한다.누구나 마지막 가는 길은 고귀하다. 국내 모든 장례식장이 엄숙한 이유다. 더불어 이 곳에서는 평소 국내 장례문화 개선에 대한 뜻을 지녔던 최 회장의 마음을 남기기 위한 노력도 함께 전해졌다.최 회장은 무덤으로 인한 국토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 장례문화 개선을 당부하며 자신도 화장하기를 원했다.

▲봉화당(납골시설) 모습

'조상 묘를 잘 써야 후손이 번성한다'는 매장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았던 때. 최 회장의 뜻은 화장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큰 역할을 했다. 2005년에는 처음으로 화장률이 매장률을 넘어서면서 국내 장례문화도 전환점을 통과했다. 최근 보건복지가족부에서 밝힌 2008년 전국 화장률은 61.9%다.앞으로 이 곳은 향후 50만 인구가 생활하게 될 세종시 주민들을 위한 시설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특히 타 지역에 비해 화장률이 낮은 충남 지역 내 장례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례홍보관에 마련된 최종현 회장의 발자취

SK측은 친환경적인 화장장을 만들기 위해 최신 설비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배출가스 온도 조절을 통해 다이옥신 배출을 절감했으며, 홍보관을 통해 화장을 비롯해 수목장에 대한 홍보의 역할도 한다.아직 매점 등 편의시설은 마련되지 않았지만 향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서 운영을 맡아 관리하게 된다. 정진철 건설청장은 "가장 가까운 화장장이 대전과 청주로 인근에 화장 시설이 없었다"며 "화장시설 마련으로 장묘문화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나란히 늘어선 장례식장과 화장장, 봉안당(납골시설)을 차례로 둘러보자 어느덧 저녁놀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왕래하는 차도 없고 도시의 소음에서도 벗어난 해탈감이 찾아왔다.반목(反目)과 이기(利己)가 혼란스럽게 뒤엉킨 세종시의 끝자락에서 미래에 대한 탁월한 안목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달았다.

▲장례식장의 모습

▲장례문화센터 한 켠에 위치한 조형물.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