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캐리트레이드 청산,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아시아경제 정선영 기자]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금 시장에 화두로 떠오르면서 달러캐리 청산 여부에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제로 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저금리로 달러를 조달해 이머징 시장의 주식, 채권은 물론 상대적 고금리 통화에 투자하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확산돼 왔으나 이 자금이 회수될 경우 외환 및 금융 시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내 외환시장 역시 국내로 들어왔던 달러 자금이 차례로 빠져나갈 경우 환율 급등 재료로 인식되고 있다. 외국인이 투자한 채권 및 주식 순매수 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달러 수요가 급증하는 것은 물론 채권, 증시에도 악재라는 것. 그러나 외환시장에서는 달러캐리트레이드 청산이 엔캐리 청산과 달리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전일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한차례 글로벌 달러 강세를 유발했음에도 외국인이 증시에서 여전히 순매수 기조를 놓지 않고 있다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이머징 시장이 대거 급락하지 않는 한 달러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환율이 상승 일변도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일단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최근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벤 버냉키 Fed의장은 지난 3일 상원 은행위원회가 개최한 재임 2기 FRB 의장 인준청문회에서 "위협적이고 우려되는 상황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통화정책 수단 동원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저금리 탈출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주말동안 뉴욕시장에서 고용지표가 대폭 개선된 점도 금리 인상 기대감을 높였다. 미 실업률이 시장 예상치보다 훨씬 양호하게 나오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우세해지자 글로벌 달러도 일순간 급격히 강세로 돌아섰다. 유로·달러 환율은 1.50달러대에서 1.48달러도 2빅 이상 빠졌으며 달러·엔은 90엔대를 넘어서는 등 달러 매수세가 쏟아졌다. 외환시장에서는 기본적으로 미국 금리 인상은 환율 상승 재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금리 인상은 해당국 통화의 강세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미국 금리 인상 역시 달러 강세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특히 저금리 달러 조달로 이뤄졌던 외국인의 국내 채권 및 주식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달러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국내 채권시장에서 지난 11월말까지 49조원에 달하는 규모를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동안 외국인 보유 채권 중 29조5000억원어치가 만기 상환된 것을 제외하면 올해 외국인의 채권 투자자금 순유입액은 19조5000억원에 달한다. 외국인은 주식자금은 11월까지 22조원 가량을 순매수로 나타났다. 그러나 외환시장에서는 미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원·달러환율 급등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달러캐리 자금의 청산이 상품 시장 급락까지 이어지더라도 증시가 견조하게 지지될 경우 원·달러 환율에 직접적인 상승 재료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성순 기업은행 딜링룸 차장은 "금리 인상, 달러캐리트레이드 청산, 상품 시장 급락, 달러 강세 순이 일반적인 시나리오지만 이는 기존 엔캐리 청산 시나리오와 유사한 전망일 뿐"이라며 "상품 시장은 하락했지만 금융시장은 안정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달러 캐리 청산이 상품 가격 급락에는 타격을 주더라도 이머징 주식시장에 별 타격을 주지 않을 경우 원·달러 환율 상승은 매우 제한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엔캐리 트레이딩 청산 때는 엔화 강세, 상품 시장 급락, 이머징통화 급락으로 이어졌지만 달러캐리 청산은 다를 수있다"고 덧붙였다. 외환시장에서는 미국의 초저금리가 지속되고 출구전략이 내년까지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이 미 달러 약세를 야기했으나 미국 금리 인상이 환율 상승세를 지속적으로 이끌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승모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차장도 "미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캐리트레이드 청산은 단기적으로는 환율 상승 재료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환율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미 금리인상 직후에는 캐피탈 무브먼트로 일시적으로 달러가 강세로 가겠지만 출구전략이 시행되면 그동안 유동성으로 버텼던 미 경제의 바닥이 드러날 가능성을 우려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다만 미 금리 인상 시기를 대부분 내년 상반기로 보고 있는 만큼 원달러 환율도 이에 맞춰 내년 상반기 반등, 하반기 하락으로 보고 있지만 출구 전략이 늦춰질 것으로 보고 금리 인상 시기 전망도 미뤄지면서 원달러 반등 시기가 늦춰지거나 환율 하락 속도가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선영 기자 sigum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정선영 기자 sigumi@asiae.co.kr<ⓒ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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