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이 존폐의 위기를 맞았다. 북한은 지난 15일 통지문을 보내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한 기존 계약의 무효를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개성공단을 쉽게 폐쇄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화로 사태를 풀겠다는 입장이지만, 개성공단 철수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정부가 북한에 제의한 18일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도 북측의 반응이 없어 개최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남북 양측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은 물론 남북관계 악화라는 적지않은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에 고위급 회담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개성공단 폐쇄하면 손실 얼마?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하면 남북 양측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전망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남한이 직접 투자한 금액만 따져도 최소 1조원 이상의 피해를 입게 된다.
정부와 토지공사, 한국통신, 한전 등이 공단기반조성 사업에 투입한 돈은 3600억원이며 104개 입주기업이 설비투자 등으로 3700억원을 쏟아부었다. 이 돈을 국내에 투자했을 때 얻게 되는 생산유발액 6300억원을 감안하면 총 손실액은 1조3600억원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3100억원으로 건설한 경의선 철도와 도로 등도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 입주기업 104개의 협력업체는 5000개 이상에 달해 이들 업체의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도 적지 않은 손해를 보게 된다. 우선 북측 근로자 3만9000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이들에게 지난해 지급했던 임금은 2686만달러(340억여원)에 이른다.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북측에 지급하는 화재보험금 등 비공식 수입도 포기해야 한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의 GDP 규모 등을 감안하면 북한의 피해가 남한에 비해 작다고 할 수 없고, 4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새로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며 "북한의 대외 신인도를 생각하면 공단폐쇄까지 몰고가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남북 관계 돌파구 없나
정부는 표면적으로 "북한과 대화로 사태를 해결해나간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개성공단 폐쇄가 현실화 할 경우에 대비한 시나리오까지 준비하고 원칙을 강조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억류 문제의 우선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홍양호 통일부 차관은 "(유씨 억류사태 해결이) 개성공단 현안 중 가장 중요한 문제이고 반드시 논의돼야 한다"며 "유씨 문제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며, 남북간 합의에 따른 절차에 따라 이행하면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북측과 만나서 이 문제를 얘기하고 북측이 합의에 따라 조치하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북한과의 2차 접촉에 힘을 쏟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에 제의한 오늘(18일) 회담은 북측의 응답이 없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이 새로운 날짜를 제안해 올 경우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고위급 회담을 통해 남북 관계 전반의 분위기 전환을 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국장급이 접촉하는 수준에서 장ㆍ차관의 회담으로 격상시키는 한편 의제를 개성공단 현안과 남북합의 이행문제를 모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개성공단과 관련한 모든 현안을 북측과 대화를 통해 풀어나간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북한과 다시 만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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