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억 달러의 흑자에 이어 이달에는 사상최대인 45억달러 흑자가 기대된다"-정부
"환율 덕분에 근근이 손실 보전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기업
'불황'형 무역흑자를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정부와 달리 수출기업들의 시름은 깊어가고 있다. 세계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급감, 롤러코스터 환율에 더해 올해 전 세계 교역량이 전년대비 9%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 중소기업뿐 아니라 이미 우리나라를 이끄는 자동차와 효자산업인 조선 업체등도 정부에 SOS를 친 상태다.
이윤호 장관은 25일 "3월에 월별 사상 최대인 45억달러 무역흑자가 가능할 것"이라며 "연간 무역흑자도 120억달러를 훨씬 웃돌 것"이라고 자신하고 나섰다. 그러나 속내를 까보면 수출에 비해 수입이 더 가파르게 줄어들며 사상 최대의 무역흑자가 기대되는 것.
실제로 우리나라 수출 양대 산업인 자동차와 전자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여전히 한 겨울이다.
25일 현대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환율을 감안하면 수출을 많이 해야 할 시점인데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의 내수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뿐만 아니라 주력 시장인 동유럽 쪽으로 수출이 걷잡을 수 없이 쪼그라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회사의 경우 동유럽 2월 수출은 전년 대비 70%나 줄어들었다. 동유럽 국가의 디폴트 우려가 확산되면서 현지인의 지갑이 굳게 닫힌 결과다.
반도체, LCD패널을 주력사업으로 펼쳐 온 도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낸드플래시와 디램의 단가가 바닥에 이를 적도로 가격이 크게 하락한 데다 수요마저 대폭 줄어들어든 상태"라며 "그나마 환율 덕분에 손실 보전을 일정부분 채우고 있다"고 전했다.
수년치 일감을 미리 확보해 선방하던 조선업계도 세계시장의 수요 감소로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확보에 나선데 이어 정부에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과 수출보험공사를 통한 지원 확대를 요청한 상태다. 반면 지식경제부는 "최악의 경우에도 일단 조선분야 수출은 늘어나게 돼 있어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며 낙관적 전망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또 원화약세가 수출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정부의 분석과 달리 최근 요동치는 환율도 수출기업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의 한 관계자는 "환율 상승(원화약세)이나 하락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환율 변동성의 문제가 크다"며 "예측이 가능해야 환헷지 등을 할텐데 지금과 같은 롤러코스터 흐름을 보이면 기업 입장에서는 전략을 세울 수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올 들어 원ㆍ달러환율은 지난 1월 7일 1292.5원(종가기준)에서 이달 2일에는 1570.3원으로 무려 21.5%(277.8원)나 급등했다가 3주 만에 급락하며 1300원대에 머물고 있다. SK에너지는 환율이 10원 오르내릴때마다 환차손이 200억원가량 발생하고 있다.
한편 올해 전세계의 교역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전망이다. 세계무역기구(WTO)는 24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올해 세계 수출량(무역량)이 지난해보다 약 9%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라는 분석이다.
국제무역연구원은 우리나라 수출이 세계경제 침체에 따른 투자 및 소비 위축으로 수출단가와 물량면에서 모두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경태 국제무역연구원장은 "올해 한국 수출은 전년대비 18.4% 줄어든 3444억달러, 수입은 25.4% 감소한 3247억달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가 올 초 제시한 수출 1% 증가(4267억달러), 수입 4.7%감소(4148억달러)와는 격차가 상당하다. 정부의 안일한 장밋빛 전망과 달리 수출기업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규성 기자 bobos@asiae.co.kr
김재은 기자 alad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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