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택 회장이 자의반 타의 반으로 회장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의 연속된 실기 때문에 입지가 좁아진데다 사내외에서 이 회장의 용퇴론을 제기하며 끊임없이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임기는 주주총회 때 까지 남아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은 15일 예정된 이사회에서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취임한 이후 포스코는 크고 작은 실패를 맛봐 왔다. 조강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3위에서 4위로 밀려났으며 이 회장이 야심차게 밀어 부쳤던 인도와 베트남의 일관제철소 사업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결정적으로 작년말 사상 최대 매물이라는 대우조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GS그룹에 뒤통수를 맞아 자격박탈로 물러난 것은 포스코의 위상에 치명타가 됐다.
이 회장의 사퇴론이 등장한것은 포스코가 겪은 일련의 사건들을 결국 최고경영자의 리더십 문제로 보는 시선 때문이다.
대우조선 인수전의 경우 포스코는 혼자 참여 했더라도 70% 이상 승산이 있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실패의 위험성을 0%로 줄이기 위해 GS와의 연대를 맺었다 결국 실패 했다. 이에 대한 책임을 이 회장의 판단력 부재로 보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철강업계에서는 이 회장을 '뚜렷한 과오도 없지만 큰 성과도 없는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인도와 베트남의 제철소 문제는 과오라기 보다 해외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흔히 있을수 있는 돌발 악재 때문인데다 대우조선 인수 실패는 현 상황에서 차라리 잘된 일이라는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 회장은 역대 회장들에 이어 포스코의 입지를 글로벌 시장에서 굳건히 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뚜렷한 과오도 없는 상태에서 대내외에서 너무 흔든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 회장 취임 초기 포스코는 조강생산량이 2800만t이었다. 그러나 작년말 기준으로 3300만t을 기록해 3월 결산법인인 일본 철강사들의 실적이 발표되면 2위 자리를 수복했을 가능성이 높다.
정권의 교체도 이 회장의 자진 사퇴 배경으로 한몫하고 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취임한 김만제 전 회장 이후로 포스코의 회장 자리는 정권과 운명을 같이 해 왔기 때문이다.
정권의 입김에서 아직도 자유롭지 못한 포스코의 특성상 참여정부 시절 취임한 이 회장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자리를 유지하기란 어렵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작년 시장 상황 악화로 첫 감산에 1월들어 첫 적자설까지 나오는데다 작년 부터 이어진 포스코의 실책들에 대해 이 회장이 심적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며 "(이 회장이)포스코 맨으로써 더 이상 포스코에 누가 되지 않겠다는 판단을 스스로 내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안승현 기자 ziroko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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