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은 왜 금요일 오후에 '우병우 캐비닛'을 공개했나
최종수정 2017.07.17 04:02 기사입력 2017.07.16 12:26 황진영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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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1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과거 정부 민정수석실 자료를 캐비닛에서 발견했다고 발표하면서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로 추정되는 문건을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나쁜 뉴스’를 발표해야 하는 정부나 기관, 기업 홍보담당자는 금요일 오후를 기다린다. '불금' 저녁과 토요일에는 뉴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것을 잘 알아서다. 토요일자 신문은 발행 면수가 줄어들어 다른 요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게 취급된다. 토요일에 기업이나 관공서로 배달되는 신문은 읽을 사람도 없다. 금요일 밤에 보도되는 방송 뉴스도 다른 요일에 비해 시청률이 낮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대형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그 뉴스에 묻힐 수도 있다.

청와대는 금요일인 14일 오후 3시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회의 자료와 문건 등 300건을 전격 공개했다. 문건이 생산된 시기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청와대에서 근무하던 시기와 상당부분 겹친다.
여기에는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 검토’메모를 비롯해 ‘문화계 블랙리스트’관련 문건, 장관후보자 인사 자료, 지방선거 판세 분석 등이 들어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우 전 수석,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의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건들이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의 실체를 밝혀줄 수 있는 ‘스모킹 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발표 직후 야당에서는 문건 공개 시점을 두고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7월 3일 문건을 발견하고도 함구했다”면서 “갑작스럽게 오늘 공개한 것에 대해 어떤 정치적 고려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전지명 바른정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건을 현 시기에 발표한 것은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어떤 정치적 고려’를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이날 공개한 문건 관련 뉴스가 ‘호재(好材)’가 될 것으로 판단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청와대는 14일 오후 2시 30분경 “박수현 대변인이 오후 3시에 브리핑을 할 예정”이라고 출입기자들에게 공지하면서 “생중계 가능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발표 내용을 묻는 질문에 “알 수 없다”면서도 “방송사들은 생중계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사에 사실상 보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청와대가 문건 공개의 파급력을 높이기 위해 사전에 준비한 정황은 또 있다. 이날 청와대발(發) 뉴스는 이 발표 외에는 사실상 없었다. 공개된 대통령 일정도 없었고, 홍보수석이나 대변인의 브리핑도 예정된 게 없었다. 대통령 경호 관련 법률 일부 개정안 입법예고 보도자료가 오전에 배포됐지만 기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일부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이날 오전 “아무 것도 없는 게 더 이상하다. 폭풍전야의 고요함 같다”는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왜 호재가 될 수 있는 뉴스를 금요일 오후에 발표했을까. 청와대로서는 언제든 꺼내들 수 있는 카드를 뉴스의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는 금요일 오후에 굳이 서둘러 발표해야 할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통상 ‘좋은 뉴스’는 뉴스 주목도가 높은 월요일 조간신문을 겨냥해 일요일 낮에 발표하거나 월요일 오전에 발표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국면 전환을 노리고 문건을 전격 공개한 게 아니냐고 보고 있다.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임명한데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지 이를 덮기 위해 더 큰 뉴스를 터뜨렸다는 것이다.

이날 개최된 한국수력원자력의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결정과 관련된 뉴스를 덮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한수원은 이날 오전 경주 보문단지 스위트호텔에서 이사회를 열고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을 결정했다. 전날 경주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려다 노동조합과 주민 반발로 무산되자 이날 회의 장소를 옮겨 안건을 전격 의결한 것이다. 원전 가동 중단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군사독재 시절에나 가능한 기습통과”(김병기 한수원 노조위원장)라고 비난하는 등 이날 결정에 대해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혹시 제기될 수도 있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보석(保釋) 여론을 차단하기 위한 노림수가 있는 게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박 전 대통령의 정신 건강 이상설을 보도하자 서울구치소에서는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보도 내용을 반박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3일 발견 이후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 민감한 부분이 있어서 여러 가지 법리적 내용 검토가 필요해서 시간이 며칠 걸렸다”면서 “그 동안 해외순방 기간이 포함돼 있어서 많은 (청와대)인력이 해외에 나가 있어서 오늘에서야 발표에 필요한 완성도가 이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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