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리안 린피니티 싱가포르 지사 CEO
블록체인, IoT, 빅데이터 기반 유통·공급망 관리 플랫폼 린피니티
대만·싱가포르 기업 6곳과 MOU 체결… "투자금 충분, ICO할 필요 없어"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원자재로 물건을 만드는 시점부터 사람들이 쓰고 버린 재활용 단계까지, 이 세상 모든 공급망을 블록체인에 담겠다."
앤디 리안 린피니티 싱가포르 지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이 같이 말했다. 린피니티는 블록체인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를 활용해 공급망을 구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네트워크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정보를 공유하며 비교 검증하기 때문에 위ㆍ변조가 불가능한 특성을 활용해 투명한 공급망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앤디 리안 CEO는 이같은 사업 홍보를 위해 얼마 전 방한했다.
블록체인을 물류ㆍ운송 등 공급망에 도입하려는 움직임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 최대 해운 업체인 머스크와 IBM은 블록체인 해운물류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1월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친(親) 블록체인 국가로 꼽히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 항만공사(ADP)는 이달 초 블록체인 물류 시스템을 도입했다.
린피니티는 이 같은 물류ㆍ운송보다 더욱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공급망 생태계 자체의 혁신이다. IoT와 빅데이터, 블록체인을 한 데 모은 린피니티 플랫폼을 통해 원자재부터 소비자가 사용하는 그 순간은 물론, 사용한 뒤의 재활용 과정까지 전 유통ㆍ공급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앤디 리안 CEO는 "제약업계의 경우 생산공장에서 재고를 보관하는 창고까지 모든 물류 과정을 아무리 철저히 관리해도 그 이후 소비자의 손 안에 들어가는 단계에서 가짜약 등이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린피니티 플랫폼에서는 플라스틱병 하나를 사고 재활용하는 과정까지도 모두 투명하게 드러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린피니티 출범 이후 대만의 대표 담배업체 아리산을 비롯, 중국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각국 업체 6곳이 이미 린피니티 플랫폼 참여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르면 오는 8월 린피니티 플랫폼이 처음으로 시범 도입될 전망이다. 린피니티 플랫폼의 대부분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백서를 공개하고 가상통화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수준에 머무는 것과 달리 실제로 성과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린피니티는 일반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달리 가상통화공개(ICO)도 건너뛰었다. 앤디 리안 CEO는 "이미 MOU와 펀딩 등으로 린피니티 플랫폼을 실현할 수 있을 정도의 자금을 확보했다"라며 "규제도 강하고 부정적인 시선이 많은 ICO를 굳이 택할 이유가 없다"고 자신했다. 가상통화(토큰)를 발행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앤디 리안 CEO는 "가상통화는 무료로 발행한 뒤 린피니티의 플랫폼 안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서로 주고 받을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스스로 플랫폼 속에서 가치를 찾아가는 방향으로 구상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같은 자신감의 배경에는 앤디 리안 CEO를 비롯한 구성원들의 기술력과 업계 네트워크가 숨어있다. 앤디 리안 CEO는 아시아에서 15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전문 컨설턴트다. 싱가포르 국제 문제 연구소, 싱가포르 비즈니스 연맹 등 정부기관 및 기업, 비영리단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다. 유 서카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중국 최대 자동차 부품 기업 완샹의 블록체인 연구소 수석연구원 출신이다. '블록체인 굴기'를 내세운 중국 공업신식화부(MIIT)가 발행하는 블록체인 관련 기술 백서 작성에도 참여했다. 앤디 리안 CEO는 "그 밖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10~20년에 이르는 경력의 전문가들이 모였다"라며 "이들이 평생에 걸쳐 쌓은 네트워크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MOU를 맺고 자금 지원을 이끌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진출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미 국내 물류 및 화장품, 정보통신(IT) 분야의 기업 5곳과도 MOU 성사를 앞두고 있다. 그 밖에도 20곳 넘는 기업들과도 린피니티 플랫폼 도입을 논의 중이다. 앤디 리안 CEO는 "한국은 블록체인과 가상통화를 가장 빠르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열정적인 분위기의 국가"라며 "의사결정이 굉장히 빠르고 신기술에 우호적인만큼 앞으로 활발하게 사업을 펼쳐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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