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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사람]지갑 주운 당신의 선택…체면 vs. 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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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사람]지갑 주운 당신의 선택…체면 vs. 실리? 당신이 지갑을 주웠다면 주인에게 되돌려 줄까요? 그 결정은 지갑 속에 얼마나 많은 현금이 들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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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현금이 제법 들어있는 지갑을, 으슥한 골목길에서, 주웠다면 당신은 그 지갑의 주인을 찾아 지갑을 돌려줄까요? 정답은 '지갑에 든 금액에 따라 다르다'입니다.


어떻게 확신하느냐고요? 확신은 할 수 없지만 예상은 할 수 있습니다. 지갑에 돈이 많이 들었으면 돌려주고, 적게 들었으면 돌려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예상이 아마 맞을 겁니다. 실제 돈이 든 지갑으로 실험한 결과가 그렇게 나왔으니까요.


미국 미시간대와 스위스 취리히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등 국제연구팀은 2013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무려 3년6개월에 걸쳐 세계 40개국 355개 도시에서 다양한 액수의 현금이 들어있는 1만7303개의 지갑으로 지갑이 주인을 찾아 오는지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각각의 지갑에는 주인의 이메일 주소가 인쇄된 명함을 넣어뒀고, 현금이 아예 들어있지 않은 지갑과 13.45달러(한화 약 1만6000원), 94.15달러(약 11만2000원)을 넣은 지갑을 기본으로 준비했습니다. 실험 대상 국가의 도시마다 시장 상황과 경제력에 따라 지갑 속에 든 금액을 일부 조정했습니다.


그 후 각 도시의 은행이나 영화관, 우체국, 경찰서, 호텔 등에서 지갑을 주운 척하면서 지나가는 행인에게 주인을 찾아달라고 요청했고, 그 행인이 이메일로 지갑을 돌려주겠다는 의사를 밝히는지 아닌지를 확인했습니다. 결과는 현금이 많이 들어있는 지갑일수록 주인에게 되돌아올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이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100일 후 집계한 결과 40개 나라 중 38개 나라의 사람들이 현금이 많이 든 지갑을 돌려주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94.15달러가 든 지갑을 돌려주겠다는 의사는 72%로 가장 높았고, 13.45달러가 든 지갑은 61%, 현금이 없는 지갑은 46%가 돌려주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적당히 욕심나는 10만원 언저리의 금액임에도 돌려주겠다는 의사가 많았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연구팀을 이끌었던 앨런 콘 미시간대 교수는 "남을 생각한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도둑질에 대한 편익 욕구보다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걱정이 경제적 요소보다 더 크게 작용한다는 의미입니다. 사회적 체면을 더 중요시한다는 말이지요. 고작 10만원 정도에 내 양심을 팔지는 않겠다는 의도일까요?


이번 실험에서는 국가별 경제 상황과 문화에 따른 특징도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유럽의 국가들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금액에 상관없이 지갑을 돌려주겠다는 이메일을 많이 보냈고, 아시아와 남미 국가의 사람들은 돈이 없는 지갑이나 많이 든 지갑을 돌려주겠다는 이메일이 많았습니다.

[요즘사람]지갑 주운 당신의 선택…체면 vs. 실리? 지갑 실험을 통해 남미와 아시아 국가들은 사회 정직성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멕시코와 페루의 경우 돈이 많이 든 지갑을 돌려주겠다는 사람들이 적었고, 덴마크(82%)나 스웨덴(81%), 스위스(79%), 체코(78%) 사람들은 적든 많든 돈이 들어있는 지갑은 돌려주겠다는 의사를 많이 밝혀왔습니다.


중국은 사회의 정직성 평가에서 꼴찌를 받았습니다. 중국 사람들은 돈이 없는 지갑의 경우 7%만이 돌려주겠다는 의사를 밝혀왔고, 돈이 든 지갑은 21%만 돌려주겠다는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나마 페루나 멕시코보단 나았습니다. 페루는 13%, 멕시코는 18%만이 돈이 지갑을 돌려주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지갑이 돈이 들었건 안들었건 70~80%의 사람들이 돌려주겠다는 의사를 밝힌 덴마크·네덜란드·노르웨이·스웨덴·스위스·체코 등 유럽 국가들과 대비되는 결과였습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이번 실험 대상국가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같은 아시아권의 다른 국가들과 큰 차이 없지 않았을까요?


이번 실험에 참여했던 아시아권 국가는 중국(40위)과 인도(30위), 인도네시아(33위), 태국(28위), 말레이시아(35위), 아랍에미리트(34위), 카자흐스탄(37위) 등이 있는데 남미의 페루(38위)·멕시코(29위)나 아프리카의 모로코(39위)·케냐(36위)·가나(32위) 등의 국가들과 함께 하위권에 머물렀습니다.



상대적으로 스위스(1위)·노르웨이(2위)·네덜란드(3위)·덴마크(4위)·스웨덴(5위) 등 유럽의 국가들이 모두 수위권을 휩쓸었고, 나름 잘 산다는 미국(21위)·영국(22위) 등이 중위권에 머문 점 등은 현재의 국제 정세와 비교해봐도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은가요? 고작 지갑 하나 돌려주는 것으로 사회의 정직성을 평가한다는 것은 무리겠지만, 왠지 씁쓸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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