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130만 표차 주목돼"
"지역주의 강화돼, 서울은 견제심리 발동"
"국정 운영 쉽지 않아, 친명체제 강화할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1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됐다. 이재명 후보는 49.42% 득표율을 기록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41.15%),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8.34%),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0.98%)를 제쳤다. 4일 오전 9시 아시아경제 유튜브채널 'AK라디오'에 출연한 김만흠 전 국회 입법조사처장과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계엄에 대해 심판하면서도 이재명 후보가 과반을 얻지 못하고 김문수 후보와의 격차가 10%에 미치지 못한 것은 독주를 견제한 민심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이재명 후보가 승리하게 된 요인을 어떻게 분석하나?
김만흠 : 후보의 장점에 따른 득표보다는 상대에 대한 심판이 얼마나 더 컸느냐에 따라서 결정됐다. 비호감 구도가 더욱 악화한 상태로 선거를 치렀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로 보자면 20대 대선 때보다도 사법적인 논란이 더 악화한 상태로 이번 대선을 치렀다. 김문수 후보는 사실상 비상계엄과 파면의 당사자가 아니지만, 그 그림자를 안고 있었다. 그걸 끊지 못하고 상대가 계속 내란 세력 종식이라는 프레임으로 공격했을 때 거기에 말려 들어갔다. 방탄 독재 세력의 위험에 대한 경고와 내란 세력 종식이라는 구호, 둘이 충돌하는 가운데 조금 더 힘이 실린 민주당 쪽의 공세가 먹혀들어 갔다. 김문수 후보 쪽에서의 자충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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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대응을 제대로 못 했다?
김만흠: 내란 세력 프레임 공세를 했는데 이미 끝났고 사법적으로 진행 중이라는 걸 분명히 해야 했다. 그런데 김문수 후보 본인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의 책임 문제에 관해서 명쾌하게 정리하지 않았다. 상대방의 공세가 먹힌 측면도 있지만, 스스로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고, 끌려가다가 그 프레임에 당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킹메이커 역할을 했다는 약간의 조롱 섞인 평가도 있었다.
김만흠: 본인이 책임을 안고 가버리든가, 아니면 잠수하든가 해야 하는데, 나타나면 득표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상대에게 득표해 달라는 자충수를 두는 것인지 누가 봐도 이해가 안 되는 측면이 있다.
채 교수는 이재명 후보가 승리한 요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채진원 : 보통 선거라고 하면 인물, 구도, 바람을 말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구도나 바람이 더 중요했다.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를 합치면 최종 득표율에서 이재명 후보보다 더 많이 나온다. 단일화를 했으면 달라질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바람' 역시 내란 세력 종식이라는 심판 프레임이 강하게 작동됐다. 이런 두 가지 조건이 지배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물 경쟁력에서 이재명 후보가 크게 앞서지 못했다. 그것이 좀 컸다. 그래서 50%를 넘기지 못했다. 이재명 후보가 잘나서 이겼다기보다는 상대적으로 구도, 바람이 유리한 지형이었기 때문에 반사 이득을 얻었다.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가 단일화를 했으면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있었다고 보나?
채진원 : 그렇다. 시너지가 있었을 것이고, 특히 이준석 후보의 표가 더 많이 나올 수도 있었겠다. 조금 더 박빙으로 갔을 것이다.
김만흠 : 과연 김문수-이준석 후보가 합쳤을 때 시너지 효과가 얼마나 있었을까? 이준석과의 시너지 이전에 국민의힘이 스스로 안고 있는 약점을 해결하는 게 우선이 아니었을까. 후보 자격까지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선거를 치렀기 때문에 positive 한 장점으로 바람을 일으키는 그런 구도는 아니었다. 김문수 후보가 자신의 약점을 스스로 끊지 못하고 성격 문제 때문인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이념적인 성향이 그런 기준인지 모르겠지만 마지막까지 끌고 갔다.
민주당에서는 50% 이상 득표 그리고 김문수 후보와의 격차를 10% 포인트 이상 벌리는 것에 주목했던 것 같다.
채진원 : 이재명 후보는 강력한 프레임과 전략으로 내란 세력 종식 프레임을 썼던 것 같다. 그리고 중도 확장을 노리고 보수 정당 프레임을 걸었다. 첫 번째 프레임은 먹힌 것 같고, 두 번째 프레임은 상대적으로 먹히지 않은 것 같다. 도덕성과 결부된 개인의 경쟁력, 그다음에 '폭주 이미지'에 상쇄됐기 때문에 중도 확장이 사실상 힘들어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약간 어불성설이었다. '이재명 포비아'를 걱정하는 사람들한테 자신은 상식적인 사람이고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걸 포장했지만 그걸 감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만흠 : 상황에 따라서 강조점이 달라졌던 것 같다. 여유가 있을 때는 굉장히 넓게 포용하는 그런 구도로 갔다가 급해질 때는 내란 세력 청산으로 갔다. 막판에 갈수록 내란 세력 종식에 포커스를 맞췄다는 것은 내부적으로 상당히 강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정책 자체의 중도 확장 전략도 있지만, 이재명 후보가 가진 '과격성' 같은 걸 완화하는 데도 좀 플러스 요인이 됐을 것이다.
지역별로 살펴본 대선 결과에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면?
김만흠 : 두 지역이다. 이번에 이재명 후보가 김문수 후보를 289만 표 차이로 제쳤다. 경기도에서만 14.2%P 차, 130만 표 차이가 났다. 김 후보가 27.95%를 득표했다. 지난 대선 때는 윤석열 후보가 45%를 득표했었다. 이준석 후보가 표를 가져가면서 차이가 벌어졌다. 이재명 후보가 영남권에서는 격차를 이전보다 조금 줄였고, 반대로 호남권에서는 격차를 더 벌렸다. 상대적으로 호남 집중이 더 강화됐지만 대구·경북에서는 조금 올라간 정도다. 정당 정치 차원에서 보자면 특히 호남의 경우에는 다원적인 정당 체제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채진원 : 영·호남 지역주의가 더 강화된 측면이 있다. 이재명 후보는 진보 성향이 강한 호남 지역에서 지지를 더 공고히 했다. 격차를 과거보다 더 벌렸다. 김문수 후보가 영남권을 상대적으로 잘 방어를 한 것 같다. 호남보다는 영남의 지역주의가 상대적으로 약화했기 때문에 이재명 후보가 약간 더 선전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대세를 바꾸지는 못했다. 주목되는 게 서울인데 김문수 후보가 41.6%를 얻었다. 이재명 후보는 47.1% 그러니까 5.5% 차이가 났다. 서울에서 그만큼 견제 심리가 상당히 많이 발동했다. 독주하지 않는 국정 운영을 바라는 것이 아닐까.
지역주의가 심화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한 듯하다.
김만흠 : 카르텔 세력에 대한 지지가 그렇게 돼버린 것 같다. 카르텔 세력, 과거에는 공공의 가치라든가 어떤 이념적인 성향에 따라서 사람들이 지지하고 뭉치고 정당에 복무하는 식이었다. 지금은 정당이라는 이름을 빌린 카르텔 세력을 내가 지지했을 때 떡고물이 얼마나 있을 것인가, 권력 이권이 얼마나 있을 것인가 얘기하는, 조직들이 움직이는 카르텔하고 아무 차이가 없어져 버렸다. 상당히 걱정스럽다.
세대별로 봤을 때는 어떤 부분이 눈에 띄나?
채진원 : 60대가 주목된다. 두 후보가 팽팽한 흐름이다. 20대 지지율을 보면 이대남 vs 이대녀 논쟁이 있었던 것이 또 반복됐다. 이준석 후보가 20대 남성 유권자층에서 거의 37%를 얻어 1등 했다. 20대 여성 유권자층과는 완전 달랐다. 이준석 후보가 마지막 3차 텔레비전 토론에서 한 발언이 강한 반감을 산 것 같다. 20대 여성 유권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이탈해서 이재명 후보를 찍게 되는 일이 지난 대선에 이어 재현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
김만흠 : 이준석 후보의 발언은 30~40%를 가지고 1~2등 경쟁하는 상황이었다면 아주 위험스러운 변수였다. 하지만 10% 내외를 득표하는 상황에서는 플러스 요인이었다. 그렇게 손해 보지 않는 변수였다. 득표율이 덜 나온 이유는 본인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에다가 막판에 사표 심리 등등의 요소가 컸다. 세대 관련해서는 40~50대가 주목된다. 국민의힘이 주류그룹인 이 세대의 지지를 이렇게 못 받고 어떻게 제1당~2당을 할 수 있느냐. 국민의힘은 이런 것을 아주 심각하게 봐야 한다. 국민의힘이 공략하지 못한다면 정권을 달라고 하기 어렵다.
채진원 : 586 세대가 지금 60대인데 그 밑에 있는 40~50대가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사실상 보수 정당의 지지 기반은 무력화된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국민의 힘이 환골탈태해서 뭔가 변화를 준비하지 않으면 사실상 소멸할 수밖에 없는 그런 위기 상황에 닥쳤다.
이재명 대통령이 어떤 정치를 펼칠 것으로 보는가?
김만흠 : 6월 5일 임시국회를 소집해 놨지 않나? 지난번에 나왔던 형소법과 선거법 개정안을 올린다고 하는 것 아닌가? 그게 아니라면 당장 6월 18일 고법의 항소심이 진행되는 상황이니까 이 문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 이게 큰 쟁점이 될 것이다. 방탄 논란이 불가피하게 제기될 것이다. 법적인 기반마저도 지금 바꾸려는 상황인데 과연 이게 어떻게 될지…. 이 문제가 가장 큰 논란거리가 되고 파장이 일 것이다.
채진원: 내란 종식과 국민통합을 얘기했는데 7 대 3으로 내란 종식이 더 클 것이다. '사법부 장악'에 대해 보수층이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국정운영이 어려울 것이다. 삼권 분립의 대통령 체제를 입법부와 행정부가 융합하는 의원내각제 방식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 세력 반대 정당의 눈에는 제왕적 대통령을 더 강화하는 이런 모습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국민통합은 사실상 명분일 뿐이고, 실제적으로는 더 강 대 강 구도로 가서 제왕적 대통령 체제, 친명 체제를 더 강화하는 쪽으로 명분을 삼을 것이다.
이준석 후보의 향후 행보는 어떻게 전망하나.
채진원 : 적절한 긴장과 재편 속에서 이준석 후보가 주도권을 가지려고 하는 그런 몸부림이 있지 않겠나. 선전했고 약진했다. 이 씨앗을 보수 재편의 에너지로 사용할 것이다.
지금 뜨는 뉴스
김만흠 : 8.34% 얻은 것도 많이 얻었다. 많이 성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의 파장이 뭔가 재편을 만든다면 같이 연관될 소지가 있다. 단일화 관련해서 욕을 먹기도 하겠지만, 이준석 후보 개인의 책임보다는 국민의힘과 김문수 후보 본인의 한계가 오히려 더 큰 요인이었다.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kumkang21@asiae.co.kr
마예나 기자 sw93y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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