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10조원 규모의 '산불 추경'은 적자국채 발행을 통한 재원 조달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작년 거둔 세금 중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이 크게 부족한 상황인데다, 올해 세입 여건도 팍팍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추경안은 산불 피해 복구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국회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증액되거나 추가 추경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적자국채 불가피해 재원 총동원세계잉여금 처리계획 곧 확정...한은 잉여금 끌어 쓸까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전체 세입에서 세출과 이월액을 빼고 남은 세금인 세계잉여금은 지난해 2조원에 그쳤다. 이 중 국가 고유 재정에 쓸 수 있는 일반회계 세계잉여금 4000억원이다.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지방교부세·교부금 정산,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국채 상환 등에 순서대로 쓴 뒤 남은 금액을 추경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정부는 4000억원 중 일부만 추경 재원으로 활용하게 되는데 아직 그 규모를 확정하진 않았다.
또 다른 가용 재원으로는 한은 잉여금이 꼽힌다. 한은은 매년 외화 자산을 운용해 수익을 내고 법정 적립금 30%를 제외한 나머지를 정부 세입으로 납부한다. 2024년 한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은의 정부 세입 납부 확정치는 5조4491억원이다. 정부는 한은 잉여금을 세입으로 넣거나 추경을 포함한 기타 지출에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올해도 세수 여건을 악화시키는 하방 요인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은 잉여금이 세수 부족분을 메우는 데 우선적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잉여금과 기금 등 여윳돈이 부족한 상황에서 국채 발행을 통해 추경 재원 조달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위해 1년에 2차례 추경을 편성했던 2021년과 2022년에는 국고에 남는 돈(세계잉여금)이 9조1300억~23조에 달하는 세수 호황 상황이라 남는 세수를 활용했지만, 지난해는 세수 펑크 규모가 30조원을 넘겼고 올해도 세입 전망이 어두워지는 등 재정 여건이 여의치 않다.
기재부 당국자는 "세수 상황을 감안하면 추경 재원 마련은 국채가 대다수일 것"이라며 "산불 피해규모 산정 결과 등을 반영해 추경에 담길 세부 사업이 정해지면 (재원 마련 방안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추경의 주요 재원으로 활용돼 온 일반회계의 세계잉여금은 내주 국무회의를 거쳐 처리 계획이 확정될 예정이다.
10조 추경, 산불 피해 대응 경기진작용 아냐
'규모도 픽스 안 돼' 2차 추경 관측도
정부가 10조원 필수 추경에 나선 배경은 산불 피해로 인한 악영향에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강영규 기재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 진행한 정례브리핑에서 "최 부총리가 4월 초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경기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번 10조원 추경은) 당장 급한 것들을 해결하자는 것이고,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산불"이라고 말했다.
10조원으로는 경기 진작에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이번 추경은) 경기 대응용은 아니고 산불 피해를 복구하고 통상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인데다, 어려운 소상공인 관련 부분도 일부 들어가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산불 피해 규모를 산정한 뒤 추경 내역과 총규모를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여야 간 이견이 커 4월 내 처리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2020년 4차 추경은 9월11일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됐고 최단 기간인 11일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신속하게 4월 중으로 통과하자는데 여야 동의가 이뤄지면 추경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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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10조 추경안이 산불 피해 복구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국회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정치이슈가 큰 부분은 제외되고, 이번에 제외된 항목 등을 위한 추가 추경이 편성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세종=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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